"모터쇼 대신 CES 간다"...'모빌리티 시대' 못따라가 위상 추락

      2022.10.18 05:00   수정 : 2022.10.19 08: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자동차라는 명칭을 버려야 산다.'
100여년 역사의 국제모터쇼들이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외면으로 생존의 기로에 섰다. 자동차 산업이 IT, 전기·전자기술과 접목한 모빌리티 산업을 표방하면서, 전통의 자동차 산업을 상징하는 모터쇼 자체에 더 이상 구미를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터쇼의 쇠락은 곧 CES의 성황과 대비된다. 산업의 중심이 자동차 산업에서 IT, 전기전자 산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명칭에서 과감하게 '차'를 삭제해버린 모터쇼들도 나오고 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가 주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독일 뮌헨 모터쇼(옛 프랑크프루트 모터쇼, 1897년 시작)는 지난해 명칭을 '국제자동차전시회(IAA)가 모빌리티쇼'로 바꿨다. 과거 한 때 세계 5대 모터쇼에 들어갔던 도쿄모터쇼도 명칭에서 '자동차'를 떼겠노라 선언한 상태다.

톱 10중 7곳 불참한 파리모터쇼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파리 국제 모터쇼가 17일(현지시간) 폭스바겐, BMW ,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독일차, 도요타·혼다 등 일본차 대기업, 한국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대거 불참한 채 개막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4년만의 개최됐으나, 세계 1위(도요타), 2위(폭스바겐), 3위(현대차그룹)가 전부 빠지면서, 흥행 실패가 예고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유럽 자동차 시장 판매량 기준 톱 10위 중 7개사가 불참했다는 이례적인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출전 기업수도 직전 개최됐던 2018년도 전시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전시장 면적도 줄고, 전시 기간도 단축됐다. 파리모터쇼는 1898년에 처음 개최, 보통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던 국제 모터쇼 중 하나다. '신차 발표의 장'으로, 자동차 산업 종사자와 자동차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모터쇼의 존재 가치에 물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정은 세계 3대 모터쇼인 제네바 모터쇼, 디트로이트 모터쇼도 다르지 않다. 제네바 모터쇼도 참가기업 모집에 실패, 2023년 행사를 아예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도 폭스바겐, 닛산 등 주요 기업들이 불참, 체면을 구겨야했다.

車중심 모터쇼 미래 비전 한계

자동차업계가 모터쇼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기존 자동차 산업 중심의 모터쇼로는 기업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 커 보인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기업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기업들의 주가는 곤두박질 칠 수 밖에 없다. 거액의 참가 비용이 들어가는 모터쇼에 굳이 나가봤자,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 "후진이다"라는 이미지만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반도체 등 부품 부족 등으로 차를 제 때 공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신차를 홍보해봐야 판매량 증가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는 전동화로 나아간다는 선언과 몇 가지 초기 전기차 모델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실물 공개가 어려운 상황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V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혼란상을 노출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모터쇼 안가도 CES는 간다

모터쇼를 외면한 자동차 기업들이 눈길을 보내고 있는 곳은 CES나 모바일 관련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개최) 등이다.

메르세데스는 이번 파리 자동차 쇼와 거의 같은 시기에 파리에서 개최되는 기술 전기회에 참가, 신형 전기차(EV) 'EQE SUV'를 처음 공개한다. 현대차는 지난해 CES에서 '하늘 길'의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도요타도 미래 기술이 집약된 '우븐 시티(woven city)계획을 발표했다. 올초 CES에서는 소니의 전기차 시장 진출과 같은 깜짝 선언부터,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미국 GE, 유럽 폭스바겐 등의 도심항공교통(UAM)을 포함한 최신 기술이 잇따라 선보였다. CES는 이미 '라스베가스 모터쇼'로 불릴 정도다.

이에 따라 모터쇼들도 변신을 모색하고는 있다.
뮌헨 모터쇼는 지난해부터 행사지를 뮌헨으로 변경하고 정식 이름도 '뮌헨 IAA 모빌리티쇼'로 바꿔 달았다. 지난해 9월 행사 때 현대자동차·기아가 참석하고 다수 브랜드 전기차를 선보였지만 과거 프랑크푸르트 때의 웅장한 규모와는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터쇼를 통해 현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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