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공공기관 혁신, 시늉에 그치지 않길
2022.10.17 18:29
수정 : 2022.10.17 18:39기사원문
윤석열 정부가 공언한 공공부문 효율화를 위해 실제적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350개 공공기관의 경상경비를 내년까지 1조1000억원 삭감하고, 사내대출·학자금 등 복리후생 경비도 축소하기로 하면서다. 기획재정부는 17일 이런 내용의 공공기관 예산효율화·복리후생 개선계획을 확정했다.
공공기관의 경상경비 삭감은 연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정부 나름대로 방만경영에 메스를 댄 셈이다. 특히 27개 기관이 사내대출 개선계획을 제출한 대목이 눈에 띈다. 최근 고금리 추세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돌파했다. 그러니 1%대 대출을 운용하고 있는 공공기관 사내대출은 과도한 특혜로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들이 학자금·경조사비·기념품비 등을 계획대로 줄인다면 내년 복리후생비는 2021년 대비 2.2%(191억원)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윤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드라이브가 성공할 것으로 낙관하긴 아직 일러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7월 기능, 조직·인력, 자산, 예산, 복리후생 등 5대 분야에 걸쳐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었다. 이번에 실효성은 제쳐두더라도 2개 분야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부 저항이 더 큰 과제들을 남겨 놓고 있다는 게 문제다.
불길한 조짐은 얼마 전 구조조정 요구를 받고 있는 36개 공기업이 정원을 불과 1.6%만 감축하겠다고 보고했을 때 감지됐다. 이 정도론 그간 덩치만 키운 공공기관들의 허약체질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5년간 혈세로 공공기관의 정규직을 35.3%나 늘렸기에 하는 얘기다. 그런데도 전 정부 임기 말에 '알박기'한 낙하산 공공기관장들이 노조와 짬짜미해 개혁에 저항한다면 심각한 사태다. 천문학적으로 적자가 누적된 한국전력이 구조조정에 소극적인 게 단적인 사례다.
앞으로 불필요한 자산매각 등 후속 난제들이 내부저항에 밀려 흐지부지돼선 안 될 말이다. 물론 공공개혁 깃발이 잠시 나부끼다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솔선해 이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과속 탈원전과 한전공대 설립 등으로 우량 공기업 한전이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공공기관에 불합리한 정책의 총대를 메도록 맡긴 역대 정부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