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전통의상과 실리콘밸리

      2022.10.18 18:23   수정 : 2022.10.18 18:23기사원문
실리콘밸리에서 한복을 입은 한국인을 찾아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인도 전통의상 사리(Saree)를 입은 인도인을 찾는 것은 쉽다. 인도인들은 인도의 전통을 숨기지 않고 자랑스러워하며 혁신의 상징 실리콘밸리에서 그 세를 키워가고 있다.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없으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글로벌 IT기업들이 돌아갈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구글의 최고경영자(CEO)는 인도계 순다르 피차이고, 트위터의 CEO도 인도계인 파라그 아그라왈이다.
인도의 인구가 14억명이나 되는 데다 엔지니어들이 많아서 그럴까. 인도의 독특한 문화에 실력 그리고 영어가 복합적으로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인도의 문화 가운데 한국의 문화와 비슷한 것들이 꽤 있다는 점은 재미있다.

대표적인 것이 치열한 경쟁 문화다. 특히 뜨거운 교육열이 상당히 비슷하다. 인도는 한국 이상의 교육열을 자랑한다. 인도가 더 절박할 수도 있다. 계급사회의 잔재가 남아있는 인도에서 일류 대학은 꿈과 미래를 얻는 유일한 수단일 수 있다. 여전히 관습적으로 남아있는 계급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부만이 살길이다.

인도 최고의 대학이자 전 세계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인도공과대학교(IIT)에 입학하기 위한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신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경쟁의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하는 인도 청소년도 많다.

학연과 지연, 혈연을 중시하는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인도도 한국처럼 같은 대학, 지역 출신이면 서로 끌어주고 밀어준다고 한다. 스타트업에 한없이 깐깐하던 인도계 벤처투자자가 해당 스타트업의 대표가 자신과 같은 지역 출신인 것을 알고 태도가 바뀌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과 인도의 경쟁력을 가르는 점은 분명하다. 수학과 과학 교육을 강조하는 인도의 교육정책이 그렇다.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수학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우수한 엔지니어가 나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힌두어와 14개의 공용어가 있지만 영어를 수준급으로 말하는 인도인 엔지니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선호될 수밖에 없다.

모두가 미·중 갈등으로 한국이 미국에서 그리고 실리콘밸리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한국은 어떤 경쟁력을 가졌을까. 실리콘밸리에서 주도권을 잡고 싶은 한국인들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 스스로가 해야 할 일들이, 우리 정부가 변화시켜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이곳에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고, 더 많은 한국인이 성공신화를 쓰려면 말이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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