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SPC 공장 직원 친구와 카톡엔.."치킨 500봉 깔 예정..난 죽었다"

      2022.10.19 07:49   수정 : 2022.10.19 17: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에서 숨진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사고 당일에도 연인에게 "치킨 500개를 까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야간근무자에게 업무가 과도하게 집중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A씨는 15일 아침 6시 20분께 샌드위치 소스를 배합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어 숨졌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은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숨진 A씨가 사고 당일 남자친구인 B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B씨가 "오늘 무슨 일 있었느냐"고 묻자 A씨는 "일 나 혼자 다 하는 거 들킬까 봐 오빠 야간 (근무로) 오지 말라고 했다. 사실 이건 일상이야"라고 말했다.


또 "남은 시간 힘내자"는 B씨의 말에 A씨는 "졸려 죽어. 내일 롤치킨 (만들 거) 대비해서 데리야키 치킨 500봉을 깔 예정. 난 죽었다. 이렇게 해도 내일 300봉은 더 까야 하는 게 서럽다"고 털어놨다. 이에 B씨는 "속상해. 한 명 더 붙여달라고 그래. 바보"라며 걱정했다.

A씨와 B씨는 같은 공장,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동료이자 연인 사이였다. 사고 당일에는 B씨가 먼저 퇴근하고 A씨는 공장에 남아 근무를 했다. 이들은 이틀 뒤 휴가를 내고 함께 부산 여행을 가기로 계획했었다고 한다.

A씨 유족과 동료들은 평소 공장에서 근로자에게 과중한 작업량을 할당했으며 소스를 섞는 교반 작업은 회사 내규와 달리 사실상 1인이 했다고 밝혔다. 한 유족은 "2명이 함께 교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려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했고 그게 안 되면 배합기 앞에 안전 펜스나 재료 이동 보조장치를 설치해달라고 수 차례 얘기했지만 회사가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A 씨가 소스통을 들어 올려 배합기에 붓던 중 상반신이 기계에 끼이며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동료 직원은 재료 운반을 위해 자리를 비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A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수사전담팀을 꾸려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위반 사항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특히 '2인 1조' 근무 관련 작업 매뉴얼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2인 1조 근무가 현행법상 의무는 아니지만, 사내 지침에 기재돼 있고 사측이 어겼다면 중대재해법 위반 소지가 있다.

이에 관해 SPC 관계자는 "2인 1조 근무는 기계 옆에 2명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 오가며 작업하는 공정"이라며 "(당시) 한 명이 작업기에 (재료를) 넣고 다른 한 명은 문 앞에서 포장지 등 폐기물 정리 작업을 했던 것이다.
내규 위반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18일 SPL 안전책임자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교반기에 자동멈춤 설비가 없었는데, 해당 설비 설치가 의무인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라며 "안전교육 미이수, 2인1조 근무 여부 등 안전의무 준수 여부를 폭넓게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