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이중구조' 원·하청 자율 상생협력으로 푼다…정부는 지원사격
2022.10.19 09:31
수정 : 2022.10.19 09:31기사원문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정부가 19일 발표한 '조선업 격차해소 및 구조개선 대책'은 지난 30여년 간 고착화한 조선업계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원·하청의 자율적인 상생·연대'를 통한 업계 스스로의 개선 노력을 지원한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일방적인 규제나 재정투입만으로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에서 내년 초까지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체결한 뒤 이를 이행한 곳에는 각종 장려금이나 수당 등을 인센티브로 부여함으로써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경주한다는 계획이다.
◇원하청 공정거래 질서 확립·하도급 구조개선…상생협력 실천협약 추진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 파업 사태를 계기로 발표한 이번 대책은 주로 원·하청 당사자들 간 스스로의 개선 노력을 독려하는 방향에 맞춰졌다. 윤석열 정부 정책 기조에 따른 것으로 '시장 자율, 규제 완화'와 무관하지 않다.
주요 대책은 크게 원하청 하도급 구조개선, 채용사다리 복원을 통한 인력난 해소, 산재·체불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강화로 나뉜다.
먼저 원하청 하도급 구조개선을 위해 내년 초까지 주요 조선사와 협력업체들이 참여하는 '원·하청 상생협력 실천협약'을 추진할 예정이다. 협약을 통해 원하청이 스스로 적정기성금 지급 등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꾀하도록 돕고, 근로자 간 이익 공유,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확산, 다단계 하도급 구조개선 등을 위한 실천방안을 협의해 마련토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원하청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의지가 있어야 하는 만큼 정부는 협약 참여와 이행에 대한 인센티브로, 참여기업에는 각종 장려금과 수당 등을 우대 지원한다.
또 외국인력·근로시간 등 관련 애로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제를 신속히 개선하고, 금융 우대지원도 추진하기로 했다. 업종단위 '조선업 상생지원 패키지사업'도 신설해 조선업계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협약 이행 평가는 다수 조선업계가 소재한 경남·울산 등 지역노사민정협의회 등에 특별위원회를 설치, 이행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 하고 이후 정부 합동평가단을 구성해 종합평가한다.
실천협약 논의·체결을 위한 '조선업 원하청 상생협의체'는 다음 달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협의체에는 주요 조선사, 협력업체 외에도 정부·전문가·지자체 등이 참여한다.
하도급 구조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는 연말까지 조선업 표준하도급 계약서 개선을 추진한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는 하도급 대금 결제조건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불공정거래 신고사건에 대해서는 우선 신속 처리하는 안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장 개선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고용부·공정위·산업부)으로 하도급 실태조사도 매년 실시할 계획이다.
◇'인력난 해소', 인력유입-재직유인-숙련형성 선순환 구축
조선업계 고질적 문제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청년 등 신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숙련 기능인력이 우대받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간다.
당장 내년부터 청년에게는 3개월 근속 시 취업정착금 100만원을 지급한다.
조선업 입직자가 연 15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지자체(정부 300만원, 지자체 150만원)가 450만원을 지원, 연 600만원이 적립되는 조선업 희망공제 지원인원과 시행지역도 확대한다.
현행 울산과 거제, 영암·해남에 국한된 시행지역을 우선 내년에는 군산, 통영·고성, 부산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지원인원으로는 현재 수준에서 2000명이 더 늘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조선사들이 하청근로자에게 정규직 채용기회를 부여하는 '채용사다리 제도' 복원도 추진한다. 국내 조선업 주요 5개사 중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6년까지 시행했지만, 이후 조선업 경기침체로 중단됐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협력사 2년 이상 근무 시 원청 정규직 전환 응시자격을 부여한 바 있다. 정부는 채용사다리 제도 복원을 통해 숙련기능인력의 유출을 막고, 또 거시적으로는 청년층의 인력유입을 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임금체계 기반' 마련을 위해서는 내년부터 직종·숙련도별 조선업 시장임금 조사에 나선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직무·숙련을 반영한 임금체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인력난 해소 계획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소요된다는데, 당장 시급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는 조선업체에 E-9비자 외국인력을 최우선 배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사업장별 고용허용인원을 확대하고, 탄력배정분(1000명)의 추가 활용도 검토한다. 이를 활용하면 연말까지는 2500여명의 외국 인력이 조선업에서 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인력난이 해소될 때까지는 한시적으로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종 특별연장근로 기간 한도를 180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표적 '3D 업종' 조선업…산재·체불 위험으로부터 보호 강화
정부는 궁극적으로 일할 만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는 산재 위험도가 높은 조선업계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근로자 안전관리 강화 방안도 추진한다.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 주요 조선사별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 '산업안전 상생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현재 건설업에만 적용 중인 산업안전관리비 편성·반영 기준을 조선업에도 적용할 수 있게 기준을 새롭게 고시하고, 거제에도 근로자 건강센터를 신규로 설치할 예정이다.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서는 경남권 체불 다발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기획감독과 직권조사에 나선다. 보다 제도적인 장치로는 원청이 노무비를 신탁계좌에 지급하고, 하청이 임금 지급내역을 확인 후 인출을 허용하는 '노무비 구분지급 확인제'도 확산시켜 나간다.
이번 대책 발표와 함께 고용부와 산업부, 공정위는 이날 조선 5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표 및 (사)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 재도약을 위한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발표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원하청 노사와 정부 등 모든 주체가 의지를 모아 문제해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 대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게 향후 5년간 매년 추진상황을 모니터링 해 게속 수정·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