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이자…"빚 갚느라 쓸 돈 없다"
2022.10.21 05:00
수정 : 2022.10.2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A씨(48)는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 변동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담대 금리는 기존 3.04%였는데, 이달 재산정된 금리는 6.07%로 2배 껑충 뛴 것이다. 그나마 신용카드(-0.30%), 급여이체(-0.30%) 등 우대금리 적용이 없었다면 7%에 육박하는 금리가 될뻔 했다.
A씨는 "막연하게 기준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실제로 대출금리가 이렇게까지 오를줄 몰랐다"며 "월급도 빠듯한데 이자까지 늘어 당장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대출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신용대출 위주로 이자가 올랐지만, 주담대도 최근 2배 가량 크게 오른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자 우리나라도 물가와 외국인 자금이탈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어 대출금리도 더 오를 전망이다.
금리 올라 빚 못갚으면 가계·기업 도미노 파산
21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이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에 따라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연말 상단은 4.5% 안팎으로 관측된다. 우리나라도 이달 기준금리가 10년 만에 연 3%대로 올라,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내년 4%를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경우 한계 차주가 주식, 부동산 등을 팔면서 자산 가치가 더욱 하락할 수 있다. 또 빚을 못갚는 가계와 기업들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도미노 파산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내년 4%를 넘어서면 마이너스 통장, 신용대출 등은 10%를 넘어선다. 주담대도 두자릿수로 올라설 가능성도 나온다"며 "일부 한계 가계는 자산을 전부 매각해도 빚을 다 갚기 어려울 수 있다. 강제 매각을 당하면 많게는 수십만명 이상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담대 8% 시대 성큼…영끌·빚투족 벼랑끝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7%에 육박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10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오른데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40%(은행연합회 기준)로 전월대비 0.44%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시중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 평균 금리다. 매달 새로 조달한 자금을 기준으로 대출 변동금리 등이 결정된다.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은 이달 국민은행 6.49%, 우리은행 6.48%로 상승했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내 연 8%를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픽스 영향을 받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조만간 상단이 연 7%에 육박할 전망이다.
저금리 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매수하거나 전세대출을 많이 받은 20~30대 이자 상환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미 2금융권 대출금리는 10%를 넘어섰다. 빚투(빚내 주식투자) 개미들의 신용융자 금리는 최고 10%대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의 일반 투자자 대상 90일 초과 신용융자 금리는 10.50%, 유안타증권의 주식 담보 151~180일 신용융자 금리는 10.3% 수준이다.
가계 가처분소득 줄어 소비 위축
국내 1646만 대출자들은 금리가 수직상승하면서 가처분소득(개인소득 중 소비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줄고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대출자가 지난 3월말 기준 1646만명으로 평균 대출금리는 3.96%였다고 파악했다. 6~7개월간 대출금리가 3%포인트 이상 인상되면서 가계가 위기에 빠지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차주는 3월말 140만명에서 최근 19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들 부채 규모도 357조5000억원에서 480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기간 DSR 90%를 넘는 차주도 9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급증했다. DSR 90%가 넘으면 소득에서 소득세, 건강보험료 등 세금만 내도 원리금을 갚지 못한다고 분석된다. 이들의 부채 규모는 254조원에서 336조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미 내년 초중반까지 금리인상 지속
국내와 미국 금리인상은 내년 초중반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가계 고통이 지속되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는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섰다.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후 8월 0.25%포인트를 올린후 이달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급격하게 금리를 3~3.25% 수준으로 인상한데 따른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두 차례 회의에서 빅스텝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 fed가 11월 0.75%포인트, 12월 0.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경우 연말 금리 상단은 4.5%로 껑충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물가 안정 임무완수가 중요하다"며 기준금리가 4.5% 또는 4.75%에 가까워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