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주·정차 금지법 시행 1년…"불법 정차 차량 전혀 줄지 않아"

      2022.10.21 05:00   수정 : 2022.10.21 16: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일 오후 1시께 서울 강남구 대현초등학교 후문 앞에 차들이 늘어섰다. 스쿨존 내에 주·정차가 금지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교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교문 바로 앞에 학부모들이 차를 대고 기다리는 줄이 길게 이어진 것이다.

법령 예외인 '안심승하차 구역'에 서 있는 차를 제외해도 오후 1시~1시 20분 사이 불법 정차 차량은 6대나 됐다.

가뜩이나 도로가 좁아서, 지나가던 차들은 학교 벽면에 가까이 정차한 학부모들의 차량과 맞은편 사무실 사이의 좁은 공간을 간신히 지나고 있었다.

그 사이 한 어린이가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후문 밖으로 뛰어나오는 아찔한 순간이 있기도 했다.
학교 안심보안관이 나와서 교통 지도를 하고 있었지만 불법 주·정차가 차량들도 인해 늘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학교 앞 주·정차 1년새 3배 증가

지난해 10월 21일 어린이 등하교 안전을 위해 도로교통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 모든 도로에서 차량 주·정차가 금지됐다. 위반 시 승용차 12만원, 승합차 13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어린이 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적발 건수는 253건으로 2019년(71건)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4년째 대현초등학교 인근에서 학원 통학차량을 운영해왔다는 운전사 A씨는 "1년 전 법 시행 전과 비교해 주·정차 차량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학부모들은 어쩔 수 없다는 항변이다. 대현초등학교는 인근 뿐 아니라 먼 곳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만큼 도보 이동이 사실상 어려워 차량을 통해 아이들을 이동시킬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 등을 위해 차량을 이용하는 만큼 경직된 법 적용이 선의의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근처에서 공사를 시작해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라도 차량 대기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현초 후문 앞에 정차하고 있던 학부모 B씨(32)는 "공사장이 있어 저학년 아이들이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하다"며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학교도 아니고 다들 멀리서 와서 불법 주정차를 막아도 절대 해결이 안 될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안심 승·하차존 기준도 없어

대안으로 '안심 승·하차존(Zone)'이 있긴 하나 이 또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심 승·하차구역은 지정 구역에서 5분간 정차를 허용해주는 정책이다. 하지만 각 경찰청 교통안전심의위원회별로 통합적인 기준없이 지정되다 보니 실제 불법 주·정차의 대안이 되거나 오히려 불법 주·정차를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대현초 인근 안심 승·하차구역은 후문 바로 앞에 있어 주·정차를 막으려는 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안의 취지와 배치되고, 승합차량 3대가 간신히 들어갈 정도라서 사실상 대부분의 차량은 안심 승·하차존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심 승·하차존 바로 뒤에 차를 세우고 있던 학부모 C모씨(39)는 "안심 승하차존 표시가 있길래 여기까지 승하차존인 줄 알았다.
너무 좁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5분도 너무 적다.
아이들 나오는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정차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이 근방을 돌게 되고 더욱 위험하다"며 "주차장을 따로 만들어주든지, 학교 입구 바로 앞에 있는 현재 위치보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 승하차구역을 만들어주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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