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株 이름값 못하고… 리츠도 시름시름

      2022.10.20 18:13   수정 : 2022.10.20 18:27기사원문
'배당 매력'으로 하락장에서 방어주로 인식됐던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지속적인 금리 상승으로 자금조달 환경이 어려워진 데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때린 레고랜드 사태가 겹친 탓이다. 높은 이자율을 내건 회사채, 예·적금 상품에도 밀리는 형편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리츠 21개 가운데 이달 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19일 기준)을 기록한 종목은 6일 상장한 KB스타리츠(6.11%)가 유일하다. 상위 10개 상장 리츠로 구성된 KRX 리츠 톱10 지수도 이 기간 15% 넘게 떨어졌다.

종목별로 보면 국내 오피스를 주로 편입한 NH올원리츠가 26.58%의 손실을 내 하락 폭이 가장 컸다. ESR켄달스퀘어리츠(-24.66%), 디앤디플랫폼리츠(-19.78%), 롯데리츠(-18.16%) 등이 뒤를 이었다.

금리 인상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킨 영향이 컸다.
올해 내내 금리를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발맞춰 한국은행 역시 이달 12일 사상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부채비율이 높은 리츠의 특성상 금리가 뛰면 이자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

레고랜드 사태도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충격이 실물 자산을 담고 있는 리츠 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지난달 29일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가 레고랜드 건설 과정에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상환에 실패하면서 이달 4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내놓은 연 5% 금리에 육박하는 상품들도 리츠의 배당 매력을 감퇴시키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이미 연 5%대 상품이 일반화되고 있다. 리츠 배당수익률은 6~8%로 이보다 높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배당수익을 받아도 주가 손실로 상쇄될 바에는 안전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채권보다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 금리(19일 기준)는 각각 4.331%, 4.396%이다.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5.5%를 넘어섰다.

이에 상장을 준비하던 운용사들도 걸음을 멈췄다. 연내로 일정을 잡았던 대신자산신탁의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 한화리츠, 삼성에프엔리츠 역시 내년으로 상장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탓에 부동산 실물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주택시장 약세는 상업용 부동산까지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연금저축펀드에서 공모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한 것은 호재로 꼽힌다. 지금까지는 세제 적격 연금저축펀드에서 투자 가능한 집합투자증권 범위에 공모리츠가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분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내년 이후 금리인상 완화기에 접어들어야 상장 리츠가 구조적 반등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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