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민생 없고 파행·막말로 얼룩진 尹정부 첫 국감
2022.10.24 05:00
수정 : 2022.10.2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2022년 국정감사가 24일로 마무리된다. 전임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의 교체기였던 만큼 어느정도 신·구권력간 정책이나 이념 등을 놓고 정면충돌은 예상됐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정책감사는 뒷전인 채 각종 정쟁에 휩싸이면서 정치권이 '민생챙기기'를 소홀히 하고 당리당략에만 치중했다는 혹평이 나온다.
시작부터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발언 논란'을 시작으로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조사',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발언', '검찰의 민주당 압수수색' 등 각종 정쟁 현안이 급부상하면서 민생은 외면한 채 여야 협치까지 물건너가는 모양새다.
처음부터 끝까지 민생보다 당리당략 치중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는 정부 정책의 허와 실을 집중적으로 따지면서 잘못은 지적하고 이를 토대로 잘못된 정책 방향을 시정해 효율적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역할과 기능에는 크게 못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여야는 국감 초반부터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발언 논란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격돌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추진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발언을 영상과 자막으로 만든 MBC에 공식 항의하며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했고, 야당인 민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국민의힘 주장을 반박했다.
전임 문재인정부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도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 등 감사원과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집중 추궁하며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정조준했고, 감사원은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 통보를 해 이에 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정치탄압"이라며 맞서면서 정국이 급랭됐다.
구 여권 출신의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발언도 논란이 됐다.
김 위원장은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중 "문재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 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즉각 고발조치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양심에 따른 소신 발언'으로 맞받았다.
새해 예산안 처리까지 난제 수두룩
여기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체포와 불법 대선자금 조성 의혹은 휘발성이 높은 이슈로, 최근 정국의 블랙홀로 떠오른 모양새다.
이 대표는 연일 야당과 야당 대표 탄압이라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는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고, 여권은 검찰발로 터져나오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대선자금 폭로가 이어지는 데해 '이 대표는 그만 내려놓으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자신에 대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는 이 대표와 측근그룹에 실망한 유 전 본부장 입에서 추가 폭로가 이어질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될수록 메가톤급 폭로가 이어진다면 정치권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잉생산된 쌀의 정부 의무 매입이 골자인 양곡관리법을 놓고도 '국가재정을 외면하고 쌀 산업을 망치는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국민의힘과 '농민의 시름을 외면한 정부 여당의 무책임'을 강하게 비판하는 더불어민주당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관련 법안은 민주당 주도로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이외에도 납품단가연동제나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반도체특별법 등 현안과 관련된 민생 법안들이 산적해있지만 여야간 정쟁에 파묻혀 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내년도 국정 살림살이인 새해예산안 심사일정이 남아 있지만 현재 여야간 대립이 심화되면서 법정 처리시한(12월2일)내 처리될 지 미지수다.
2023년도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전임 문재인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강하게 비판하며 내실있는 예산 수립을 강조하는 국민의힘·정부와 고물가, 고금리 등 대내외적으로 비상경제상황인 만큼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하려는 거대 야당간 외나무 혈투도 예상된다.
정부 여당으로선 첫 새해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을 놓고 거대야당인 민주당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하는 난제가 놓여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의 연착륙을 위해 당·정·대통령실간 삼각공조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정부의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등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불법대선자금 조성 의혹 및 민주당사 압수수색 등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편파적으로 흐른다면서 별도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어 연말까지 대치 정국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의 첫 국감인 데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은 거대 야당이 맞서는 만큼 정쟁국감은 불가피했다"며 "하지만 최근 어려운 글로벌 경제위기속에서 여야가 민생을 외면한 채 '그들만의 리그'에만 혈안이 됐다는 비난 여론을 되새김질해 남은 정기국회 만큼은 여야 모두 민생챙기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