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실 곳곳 텐안문 상징 '8964' 낙서..대학생들 反시진핑 목소리 낸다
2022.10.25 08:09
수정 : 2022.10.25 08:0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되며 장기집권을 공식화하자 중국 안팎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중국 동부의 대학생 우모씨는 화장실을 돌며 '제로 코로나 정책이 아닌 일상적 삶을, 봉쇄가 아닌 자유를, 퇴행이 아닌 개혁을, 독재가 아닌 선거를, 노예가 아닌 시민을 원한다'라는 낙서를 남기는 정치 투쟁을 한다.
시 주석의 장기집권이 확정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회의(당대회·지난 22일 폐막)가 열리기 직전 베이징 시내에는 "시 주석이 중국을 나락으로 이끌고 있다.
중국영화자료관의 한 화장실 벽에는 큰 검은색 글씨로 '독재 반대'라는 문구가 발견됐다. 청두의 한 화장실 벽에선 "8964"가 포함된 낙서도 등장했다. 1989년 6월4일 천안문(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공산당이 탱크를 앞세워 시위대를 무력 진압한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안문 사태에 대한 언급은 중국에서 금기시된다.
화장실은 중국 정부의 CCTV 감시망이 미치지 않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다.
올여름 중국 남서부 지역의 대학을 졸업한 천모씨도 '화장실 혁명'에 가담했다. 그는 "(중국의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지 공산당을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야만 솔직한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털어놨다.
중국 정부는 당장 시 주석 반대 여론을 탄압하는 데 혈안인 모습이다. 베이징 현수막 시위가 중국 위챗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화제가 됐을 당시 중국 관영언론은 침묵했고, 중국 정부는 "용기" "베이징" "다리"에 관한 인터넷 검색을 통제하는 한편 당시 시위 사진을 공유한 위챗 이용자 수백명의 계정을 차단했다. 시민운동에 종사했던 상하이의 60대 은퇴 교수는 현수막 시위를 SNS에 공유한 혐의로 공안에 연행된 뒤 현재 실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시진핑 시위는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계정 '중국의 목소리'(VOCN)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세계 각지 대학에서 찍힌 시 주석에 대한 비판 문구를 담은 사진들이 수십 장 올라왔다.
외신은 3년째 이어지는 제로 코로나 정책과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혼란에 억눌린 중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 주석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현할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데다 최근 정부 단속 수위가 높아졌음을 고려했을 때 이런 움직임은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영국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졸리는 집에서 직접 만든 반(反)시진핑 대자보를 여기저기 붙이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차이나타운 등에 시 주석을 비판하는 포스터 100여개를 부착한 대학 졸업생 이본 리도 "중국 관련 뉴스를 읽을 때마다 무력감에 휩싸였지만 최근 베이징 현수막 게재 뉴스를 보고 희망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3만 3000명의 팔로어를 가진 인스타그램 계정 'Citizensdailycn'은 최근 시 주석 비판 포스터가 전 세계 320개 대학에서 목격됐다고 집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