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력산업 급속 악화… 내년 상반기 부도 급증할 것"

      2022.10.26 18:08   수정 : 2022.10.26 21:13기사원문

"산업 현장의 체감 경기는 빠르게 식고 있다. 정부가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풀어 침체되고 있는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부산지역 대표들은 자동차.조선·철강 등 부산 주력 산업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산업계에 자금을 풀고 지원 정책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가 26일 부산 동구 부산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9회 부산글로벌금융포럼' 계기로 진행된 5대 은행 부산지역 대표 좌담회에서 이들은 "일선 현장에선 위기가 시작됐다"며 정부가 발 빠르게 마중물 자금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방안으로 정부와 보증 기관이 나서 보증 한도를 높이고 보증료율을 낮춰줄 것을 주문했다. 또 대기업들은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해 주요 협력사들에 돈이 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부동산 경기 역시 자금 흐름 제한으로 인해 경색돼 있다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일본의 엔저 가속화, 중국의 정치권력 강화 등 아시아 정세 역시 부산지역 기업 경기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지역 대표들과의 일문일답.

대담 = 전용기 금융부장

― 자금 경색, 가계부채 등 요즘 부산 금융시장 분위기는.

▲김진규 신한은행 김부산중부 지역단장=연체가 눈에 띄게 많이 늘고 있다. 단기간에 금리가 빨리 오르니까 기존에 받았던 대출들도 연장하면서 보통 1~2%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금리때 대출은 받은 고객들의 체감은 한 50% 증가했을 것이다. 연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의 연체도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정책자금 등으로 대출받고 버티다가 연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원래는 2000만원만 받았다가 4000만원, 6000만원으로 대출 규모가 늘어난다. 결국 원금을 못 갚고 이자만 겨우 내는데 지금은 이자 상환이 유예돼 있으니 그나마 버티지만. 아무튼 현장의 상황은 생각보다 더 심각한것 같다.

▲신희용 KB국민은행 부산시청지점 지점장=한계기업과 한계 차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차주들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눈에 보이는 부도나 회생 절차가 없더라도 전보다는 연체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구성민 IBK기업은행 부산지역본부 본부장=기업들 내공은 2008년보다는 분명 좋아졌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뿐만 아니라 금리와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워낙 가팔라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이자 상환 유예로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이자도 못 내는 규모가 은행 전체적으로 1조원 정도다. 이자도 못 내는데 계속 대출해서 직원들 월급 주고 본인 월급 받는 거다. 한계기업 즉, 이자보상배율이 1보다 작은 기업들이 실제로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 표면 연체율은 낮은데 잠재 부실이 느껴진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상황이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들은 납품단가 연동제가 돼야 버틸 수 있다. 조선업 수주가 사상 최대라고 해도 막상 낙수효과가 여기까지 안 온다. 조선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대기업들은 돈 많이 버는데 중소기업은 마진이 없다.

― 부산은 기업 경기다. 중소기업 자금 흐름을 푸는 대안은 뭐가 있을까.

▲이병직 하나은행 부산지역 대표=납품단가 연동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협상하긴 힘들다. 대기업에서 부담을 전가하면 중소기업은 끌려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이익이 나는데 중소기업은 못 번다. 은행들은 상생 펀드를 자체 조성해서 거래 기업의 이자를 감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은행 이익 일부를 양보하는 거다.

▲이효환 우리은행 부산·울산·경남총괄본부 지역대표=대기업 정책이 변해야 한다. 가령 현대 기아차를 보면 매출액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고 있는데 막상 1, 2차 협력사들은 상황이 상당히 힘들다. 원자재 가격 연동제 등 대기업의 자금을 풀 수 있는 정책을 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 서울은 둔촌주공 같은 주요 아파트 단지들도 돈이 막힌 상황이다. 부산에도 자금 경색 사례가 있나.

▲이병직 대표=아직 엎어진 건 없지만 시장이 움찔하고 있다. 금융은 신뢰고 신용이다. 레고랜드 발 후폭풍이 부산에도 영향이 있다. 지방마다 신용보증재단이 있다. 우리한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라는 생각에 금융기관이 몸을 움츠리고 있다. 레고랜드는 2050억원이지만 실제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2050억원의 문제가 아니다. 사업은 시장 신뢰로 하는 거지 않나. 금융사 입장에서는 나중에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됐다.

▲신희용 지점장=금융기관이 가장 안전하다고 보는 게 국가, 지자체, 지자체 산하기관이다. 금융권에서는 삼성보다 더 튼튼하다고 믿는다. 특히 한국전력공사가 대규모 적자를 이유로 발행하는 채권(한전채)이 자금을 빨아들이듯이 신뢰가 깨지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건 파이 싸움이다. 한정된 몫이 한쪽으로 밀려버리면 자금경색 이 오는 거다.

― 내년 부산지역 기업 경기 전망은.

▲구성민 본부장=두 가지 측면이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그 돈으로 투자 안 하고 빚을 갚는다. 내년에도 그럴 것이다. 이제 제조업 경기는 한계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주 52시간, 최저임금 인상 등 제조업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투자를 더 이상 안 한다. 어려운 기업들은 이자나 상환 유예로 버티고 있다. 개인 양극화가 심하듯이 기업도 양극화가 심하다. 내년 상반기엔 도산하는 기업들도 많이 생길 것 같다. 새출발기금 등 정부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들은 살려야 할 거고. 은행권도 슬슬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병직 대표=내년이 더 힘들지 거라고 예상한다. 금리가 내년까지 지속해서 오를 거고 속도도 빠를 것이다. 이미 두 번이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했다. 일본에선 엔저가 가속화됐고, 이는 아시아 경제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또 하나 큰 변수가 중국이다. 시진핑 3기 출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확산하면서 홍콩 증시가 폭락하지 않았나. 중국과 거래하는 업체들이 부산에도 많다. 지금 이 업체 대표들의 고민이 깊을 거다. 현장에서는 눈에 빤히 보인다. 정부에서도 어차피 맞닥뜨릴 상황이다. 모른 척하지 말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제 대응이 없지 않았나. 어려워지면 큰 기업들은 살아가는데 밑에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상품 여력을 더욱 넓혀줘야 한다. 돈 벌어서 은행에 이자로 다 갖다주고 나면 가용 자원이 없다. 사업을 영위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김진규 단장=선제 대응이 포인트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기는 정말 안 좋다. 경기침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터지면 하지 말고 지금 이렇게 경기둔화 초입일 때 잡아야 한다.

― 정부가 뭘 하면 되나.

▲이효환 대표=금융기관이 차주의 우산을 뺏어서는 안된다. 지역이 하나 무너지면 연속해서 무너지니까 오히려 되도록 지원을 많이 하려고 한다. 정부는 보증료율을 낮춰주고 보증 한도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이 힘들 때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지원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이번 포항 물난리가 났을 때 신보 같은 경우 거의 금리를 안 받았다. 평소 0.5~1.0% 요율을 0.1% 정도로 많이 낮춰 포스코 협력사 등 지역 중소기업에 자금을 공급했다. 기업이 고환율·고물가로 힘든데 한도 늘려주고 보증료율도 낮춰주면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성민 본부장=기업은행에게는 지역의 기반 산업을 지원하는 몫이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위기 초입에 정책적으로 푸는 자금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때 정부가 주도해 기업은행도 소상공인을 위해 10조원 풀었다. 대출해 주느라고 직원들이 밤새 고생 많이 했다. 금융위원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좋겠다.

▲이병직 대표=2008년도 리먼 사태로 자금경색이 왔을 때 신용보증기금이 기업 보증 한도를 일시적으로 두 배 늘려준 적이 있다. 10억원은 20억원으로, 20억원은 30억원~50억원까지 늘려 줬다. 그러니 돈이 돌았다. 자금 경색 국면에서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건 신보 보증 한도 늘리는 것이다.
내부 규정을 좀 완화해서 보증 기관에 대해 일시적으로 늘리면 좋겠다. 정부에서 마중물이 나와야 민간 은행이 움직인다.
돈이 좀 풀리면 고비 넘길 수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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