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모자사망' 계획적 범죄였다..CCTV 안 찍히려 계단 이용, 아들만 있는 때 틈타 범행

      2022.10.27 06:58   수정 : 2022.10.27 06: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경기도 광명의 자신의 집에서 40대 아내와 10대 두 아들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A씨는 이날 저녁 6시 25분께 경기 광명경찰서에서 나오면서 계획범죄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A씨는 전날 저녁 8시 자신의 집인 광명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아내인 B씨(43)와 아들 중학생 C군(16), 초등학생 D군(11)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던 경찰은 26일 범행 현장 인근 물가에 버려진 흉기와 A씨의 옷가지를 발견하고 추궁한 끝에 A씨의 자백을 받아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며칠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유치장이 있는 시흥경찰서로 이송되기 위해 광명경찰서를 나오는 과정에서 언론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

A씨는 취재진의 질의응답이 오간 3분여 동안 연거푸 눈물을 흘렸고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제대로 처벌받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신고를 직접 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했습니다"라며 얼버무렸다.

가족에게 하고픈 말이 있냐는 질문에는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했다.

1년여 전 건강 등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뒤 별다른 직업 없이 지내던 A씨는 최근 들어 홀로 일을 하며 가계를 책임지던 B씨와 자주 다퉜고 이혼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시어머니를, 아들들은 나를 무시한다고 느껴 범행을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날도 B씨와 말다툼을 벌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다툼 후 B씨가 잠시 외출하자 두 자녀를 먼저 살해하고 5분여 뒤 집에 돌아온 B씨 또한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범행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아파트 입구 폐쇄회로(CC)TV가 있는 1층 출입구를 통해 저녁 7시 51분께 일부러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노출한 뒤 사각지대인 아파트 뒤편 쪽문으로 몰래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둔기는 물론 당시 입었던 남방·청바지 등은 아파트 단지 밖 인근 수풀에 버렸다.

경찰은 A씨가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각지대로 이동하고, PC방에 장시간 머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엘리베이터 안 CCTV에 A씨의 모습이 찍히지 않음에 따라 A씨가 범행 전후 계단을 이용해 범행 장소인 15층 자택을 오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범행 전부터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한 계획을 짜 실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집 안에 아들들만 있는 틈을 노린 것으로 파악됐다. 덩치가 큰 큰아들을 가장먼저 공격한 A씨는 이어 화장실에서 소리를 듣고 나온 작은아들을 살해했고 마지막으로 뒤늦게 집에 들어온 아내 B씨를 공격했다고 한다. 범행은 모두 거실에서 이뤄졌다.

범행 후 A씨는 들어왔던 쪽문으로 다시 나간 뒤 오후 9시쯤 인근 PC방에서 2시간가량 시간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씨를 목격했던 PC방 직원은 "머리가 다 젖어있고 얼굴이 상기된 상태였다"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PC방에서 돌아온 A씨는 오후 11시 27분쯤 "아이들이 죽어있는 것 같다"며 119에 신고했다. 7분 후 경찰과 구급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B씨와 아이들은 이미 과다출혈로 심정지 상태였다고 한다.

B씨 등의 시신에선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상처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두부 손상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검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강력 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A씨와 피해자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이르면 오늘 구속 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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