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플랫폼 혁신 짓밟기,'타다' 재발 안돼

      2022.10.27 18:22   수정 : 2022.10.27 18:22기사원문
이번에는 부동산업계 혁신업체들이 기득권단체 저항으로 아슬한 처지에 몰렸다.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로 결국 사업을 접어야 했던 '타다' 등 차량공유 스타트업 사례가 어른거린다. 50만명에 이르는 공인중개사들을 한국공인중개사협회(한공협)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

이대로라면 신생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조합) 업체들은 설자리를 잃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부동산판 '타다 사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등 여야 의원 24명의 발의로 국회 제출됐다. 공인중개사들을 한공협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막자는 게 법 취지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법안은 협회를 법정단체로 지위를 높였다. 회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까지 갖게 했다. 프롭테크 기업에 협력한 중개사들을 통제하고 징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다. 급성장 중인 프롭테크 기업의 기반을 허물 수 있는 조항들로 볼 수 있다.

한공협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법 개정과 관련, "음지에서 이뤄진 거래를 양지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프롭테크 업체는 정반대 의견이다. 혁신 서비스를 막고 신생기업을 무력화해 기존 카르텔을 지키기 위함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충돌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득권단체와 신생 플랫폼업체 간 갈등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소속 변호사들의 '로톡' 등 온라인 법률 플랫폼 가입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의협과 치의협은 '굿닥' 등 비대면 진료 서비스의 합법화에 기를 쓰고 반대한다.

'직방' '호갱노노' 등 프롭테크 기업은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기존 부동산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소비자는 집을 구하기 위해 더 이상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비싼 중개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이런 기업의 서비스를 막는 것은 순전히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일이다.

타다를 시장에서 퇴출시킨 대가는 혹독했다.
기득권 눈치만 보는 포퓰리즘 정책은 시대를 거슬러 심각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국회가 개정안을 절대 강행해선 안되는 이유다.
민간 플랫폼이 만들어낸 혁신의 싹을 더 이상 짓밟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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