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들딸 쓰러진 이태원… 또 안전이 무너졌다

      2022.10.30 17:54   수정 : 2022.10.30 21:36기사원문
최악의 핼러윈데이 대참사가 발생했다. 미국의 대표적 가을축제의 하나인 핼러윈을 즐기려는 인파가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지난 29일 발생한 압사사고로 15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다.



30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오후 9시 기준 이태원 압사사고로 154명이 숨지고 133명이 다쳐 모두 28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98명은 여성, 56명은 남성이다. 부상자 133명 중 37명이 중상을 입어 추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이다. 외국인 사망자 국적은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노르웨이 등으로 확인됐다.


서울에서 사망자만 150명 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것은 지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27년 만이다.

대참사는 좁은 골목에서 발생했다. 지난 29일 오후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데이를 맞아 곳곳에서 파티가 벌어졌다.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좁은 골목길이다.

해당 골목은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뒤엉키다가 누군가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이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핼러윈 행사 축제 중 인파가 넘어지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29일 오후 10시15분쯤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 수십명이 깔려 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용산소방서 등에서 구급차가 출동해 환자 이송에 나섰지만 대응이 어렵자 서울 및 경기·인천 지역의 인력까지 현장에 투입됐다. 사고현장에는 소방인원이 부족해 소방관과 시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사상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소방당국은 오후 10시38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후 11시50분 대응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를 비롯해 구조 인력과 장비를 대거 투입했다. 소방대응 3단계는 전국의 소방력을 동원해야 수습 가능할 때 발령된다.

30일 오전 11시 기준 사고수습을 위해 소방 507명, 경찰 1371명 등 2692명의 인원이 동원된 상태다. 서울시는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신고접수 상황실을 설치하고 전화와 방문을 통해 실종자 신고를 받고 있다. 30일 오후 2시 현재 접수된 실종신고 건수는 누적 3580건이다.

경찰은 사망자 중 153명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에게 통보절차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사망자에 대한 지문채취는 모두 완료했고, 지문등록이 돼 있지 않은 미성년자 등은 유전자(DNA) 대조방식으로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관할경찰서를 통해 유족에게 통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사망자 154명은 일산동국대병원(20명), 평택제일장례식장(7명), 이대목동병원(7명), 성빈센트병원(7명), 강동경희대병원(6명), 보라매병원(6명), 삼육서울병원(6명), 성남중앙병원(6명), 순천향대병원(6명), 한림대성심병원(6명) 등 39개 병원에 분산 안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청사 브리핑룸에서 대국민 담화를 갖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며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 뒤 참사현장을 찾은 후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 설치된 사고수습본부를 방문, 회의를 주재하면서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신속히 신원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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