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속 참혹한 현장… “제발 숨쉬어” 구조단·시민 혼신의 CPR
2022.10.30 18:02
수정 : 2022.10.30 21:39기사원문
"제 여자친구가 어디 있냐고요!"
모로코 출신 A씨는 이태원역 인근 압사사고 현장 인근에서 경찰관에게 소리쳤다. '직접 찾으라'는 경찰의 말에 A씨는 주변 시민들을 붙잡고 어설픈 한국말로 도움을 청했다. 인근 시민들도 사고 현장에서 지인의 행방을 찾느라 정신 없었다.
지난 29일 밤 12시를 넘어선 30일 오전. 이태원역 인근 현장에서는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었다. 전날 오후 10시15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일대 행사장에서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 기준 154명이 숨지고 133명이 다쳐 모두 28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건현장에서는 소방관과 시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사상자를 살리기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시민들은 소방관의 "하나, 둘, 셋" 구호에 따라 있는 힘껏 쓰러진 시민들에게 CPR을 했고 다른 시민들은 팔과 다리를 주무르며 안간힘을 쏟았다. 주변에서는 "정신 차려" "제발 살아야 해" 같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태원역 인근 해밀톤호텔 좌측 상가 대로변에는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이 줄 지어 누워있었다. 한 중년 여성이 모포 등을 펼쳐보며 자녀인 것을 확인하고 "왜 여기 있니"라며 오열하자 여성 경찰관이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다른 남성은 여자친구로 보이는 한 여성의 손목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경찰은 2차로에 불과한 이태원역 인근 대로변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의 진입을 통제했다. 시민들이 사상자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사건 발생 이후 소방당국은 상황이 긴급한 환자를 중심으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30일 오전 2시 이후부터는 이태원의 한 빌딩에서 안치해둔 사망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날 사상자들은 인근 병원 등으로 이송됐다. 30일 오전 12시30분까지 2명이 서울 영등포구 성모병원 응급실로 실려왔다. 20대 여성은 이미 구급차에서부터 심정지 상태였고, 나머지 한 명은 중국 국적의 외상 환자였다.
응급실 앞에서 유족과 친구들은 오열했다. 이태원에 함께 방문했다는 친구 B씨는 "친구들과 놀다가 인파가 많아 떨어졌는데 연락이 닿지 않아 찾아다니던 중 쓰러진 친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사상자의 아버지 C씨는 "이 상황이 실감이 안 난다"고 했다. 뒤늦게 전화로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어머니는 흐느끼며 응급실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