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평 남짓 공간에 1000명..내리막길 마지막엔 더 좁은 병목
2022.10.31 07:44
수정 : 2022.10.31 10:29기사원문
29일 서울 이태원에는 경찰이 예상한 10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맞아 예년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은 면적이 약 55평에 불과한데, 이 인근에 1000여 명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참사가 발생한 골목은 세계음식문화거리와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연결하는 가장 빠른 통로다.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는 45m, 폭은 4m 내외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에 불과하다.
더구나 낙차 4m의 내리막길이라 위에서 아래쪽으로 하중이 더욱 가해졌다. 유료로 핼러윈 분장을 해주는 이들이 거리에 설치한 테이블과 의자 등이 인파 통행에 불편을 낳기도 했다.
사고 당시 해당 골목 인근에는 1000여 명이 몰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 증언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10시경 지하철역 방향으로 빠져나가려는 인원은 뒤에서 계속 밀려드는데, 골목 앞쪽은 역에서 나온 인파로 가로막혀 있어 사람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쪽의 일부 인원이 잇달아 넘어지면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참사가 발생하기 전 한때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우측통행을 하면서 어느 정도 통행이 이뤄졌지만 어느 순간 골목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의 인파가 몰리면서 혼란이 빚어졌다는 게 현장의 경험담이다. 이때부터 사고가 난 골목에선 자신의 의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인파에 휩쓸려 골목길을 오르내렸다는 경험담도 다수 나오고 있다.
현장에 있다가 참변을 피한 생존자들은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혀 있다가 갑자기 누군가 넘어지면서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부분 사고가 일어난 시점이나 결정적 계기를 특정하기보다는 그저 “순식간이었다”고 전했다.
이태원로가 주차장으로 변해 구급차 진출입이 지연되며 초기 구조가 지체된 것도 참사가 커진 원인중 하나로 꼽힌다.
현장의 구조본부는 “지금 축제가 문제가 아니다. 구급차가 빠져나갈 수 있게 경찰 통제에 따르라”고 지속적으로 안내했지만 도로에 가득 찬 차들과 인파가 빠져나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오후 10시 50분경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이태원로를 빠져나가기까지 20분가량 소요됐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