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공포·불안·우울…"전국민 트라우마, 위로의 시간 가져야"

      2022.11.01 05:00   수정 : 2022.11.0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0월 29일 밤 이태원 참사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될 사상 최악의 압사 사고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낸 사고 중 하나가 됐다.

이태원 참사의 피해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월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참사 지역인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온 국민과 유족들의 슬픔 속에 31일부터 서울시청 광장과 이태원 녹사평역 광장 등 전국 곳곳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주요인사들도 속속 추모의 발길을 이어갔다.

정부는 특별재난지역 법규정에 따라 유족과 부상자 구호금과 장례비(실비 지원) 등을 포함해 법이 정한 한도의 최대한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사망자 장례비 최대 1500만원 지원

10월 31일 총리실과 정부 등에 따르면 용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사망자의 유족에는 구호금 2000만원과 장례비(실비 최대 1500만원 지원)를 포함해 최대 약 3500만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법규에 따라 구호금 2000만원이 지급된다"며 "장례비 등은 실비(최대 1500만원)로 정산해 제공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서 법규정에 기반한 수준으로 사망·실종자의 유족과 부상자에게 구호금을 지원한다. 행정안전부 소관 '사회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및 '사회재난 생활안정지원 항목별 단가'에 따라 특별재난지역 사망·실종자는 1인당 2000만원이 지급된다. 부상자에는 장애 정도에 따라 500만~1000만원이 지급된다. 장해등급 8~14급은 500만원, 1~7급은 1000만원이다.

주소득자가 사망·실종·부상으로 소득이 상실되거나 휴·폐업·실직 등 생계가 곤란해 질 경우 생계비도 지원한다. 생계비는 1인가구 기준 49만원, 2인 가구 83만원, 3인 가구 106만원, 4인 가구 130만원, 5인 가구 154만원, 6인 가구 177만원이다. 7인 이상 가구는 1인 증가 시마다 23만원씩 추가 지급한다.

전담 공무원 1대1 매칭…유가족 위로

정부는 장례비와 치료비 등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지원하기로 했다. 사망자 관련 장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실비로 지급한다. 부상자에도 건강보험재정으로 실치료비를 우선 대납할 예정이다. 사고 당시 병원 이송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심적 고통이 큰 유가족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전담 공무원 간 1대1 매칭도 31일 모두 완료하고 추가적인 피해도 차단하기로 했다. 피해 가구에 고등학생이 있으면 지방교육감이 고시한 6개월치 고등학교 수업료도 지원한다.

정부 합동분향소 등 추모사업 실비도 정부 재원으로 충당한다.

이같은 지원은 외국인 피해자도 동일하게 지원 받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외국인 사상자도 우리 국민에 준해서 가능한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공무원과 사망자를 1대 1로 매칭 지정해 유가족과 연계 등 필요한 조치도 취하고 있다. 외국인 유가족 입국 편의를 위해 해당 지역 내 우리 공관 통해 필요한 조치도 취하고 서신을 발송해 위로하고 있다. 외국인 사망자는 26명, 부상자는 15명인데 부상자 중 14명은 귀가했고 1명은 병원치료 중이다.

중대본 본부장과 지역 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은 재난복구계획 수립·시행 전에 예비비나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의연금을 집행해 지원할 수도 있다. 이와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 수습과 피해자 구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비를 포함한 각 부처 예산 이·전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생존자·유가족 정신건강 돌봐야"

정부의 이같은 피해지원에 대해 일각에서는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지만, 대체로 대규모 참사에 유가족과 피해자, 국민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40대 한 시민은 "사고에 비통한 마음이지만, 본인들이 핼로윈 축제를 즐기러 이태원에 간 것"이라며 "그 시간에 다른 한편에선 알바하는 20대 청년들도 많았다. 그 알바생들은 놀 줄 몰라서 일했겠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이태원 참사 관련 성명에서 이번 참사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국민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하게 됐다"며 "이번 참사로 사망한 분들의 유가족과 지인, 부상당한 분들과 가족, 목격자, 사고대응인력 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의 큰 충격이 예상되며 대규모의 정신건강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사고 당일 이태원에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도 불과 137명의 인력만 배치하는 등 이번 사고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청이 지역 축제에 준하는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CNN은 "당국이 토요일 밤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했다"며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게 실시간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격적 상황...정치적 활용 자제를"

다른 한편으로 이같은 국민적 충격적인 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영희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태원 참사는 "청와대 이전 때문에 일어난 인재"라며 페이스북에 주장했다가 역풍을 받고 있다.
남 부원장은 "백 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고 비판했지만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논란이 계속되자 글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도 정쟁으로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그런 내용의 페이스북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