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안전해서' 좋다고 했던 스티븐, 못 지켜줘 미안"
2022.11.01 15:55
수정 : 2022.11.01 20: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스티븐은 한국이 '안전해서' 좋다고 했어요. 밝은 미소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요"
한양대학교 한양플라자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은 조모씨(22)는 추모 공간에 마련된 친구 스티븐(20)의 영정사진을 본 뒤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스티븐은 이태원 사고로 사망한 한양대 학생 3인 중 한 명이다. 조씨가 기억하는 스티븐은 '미소가 예쁜' 친구였다.
■ 학생들 "막을 수 있던 사고"
'이태원 참사' 사망자 다수가 20대 청년들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피해자가 발생한 대학교를 중심으로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인재였다고 지적했다.
1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양대 등 이태원 사고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대학은 이날부터 교내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한양대 합동 분향소 단상에는 스티븐을 포함해 이태원 사고로 목숨을 잃은 유학생 2명과 한국 학생 한 명의 위패가 놓였다. 학생들은 캠퍼스를 함께 누볐을 피해 학생 3명의 죽음을 애도했다. 학생들은 국화 꽃을 단상에 올린 뒤 하염없이 사망자들의 위패를 바라보거나 묵념을 하며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이혁준씨(25)는 "사고가 일어난 뒤 '혹시 같은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듣던 학우가 피해를 입었으면 어쩌지'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2020년대에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현서씨(20)도 "피해 유학생 두 분과 같은 기숙사 층에 거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길을 가다 마주쳤을 수도 있는 사이인데, 피해가 커서 슬프다"고 전했다.
이태원 사고 사망자 다수가 또래인 20대 청춘들이었다는 점에 대한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재학생 김정은씨는 "우리나라는 10대 때에는 공부에만 매진하고 억눌려 오다가 20대가 되어서야 자유를 경험하지 않나"라며 "열심히 공부한 뒤 이제야 자유롭게 청춘을 누리려던 친구들이 피해를 입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추모 공간을 찾은 외국인 유학생들은 내 가족, 친구의 일인 듯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어학당에 재학 중인 일본인 A씨(27)는 "유학생'이라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가까운 느낌이 드는 친구들이 피해를 입어서 슬프다"고 했다.
학생들은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인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원에 다니는 50대 주모씨는 "기존의 안전불감증과 행정력의 미흡한 대처가 함께 벌어진 사고"라며 "'핼러윈' 행사의 주최자가 없어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는 것도 화를 키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티븐의 친구 조씨 역시 "핼러윈 파티는 이전에도 열렸었던 건데 인구가 몰릴 것을 예상 했음에도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유가족 피해 관련 논점 흐리기 발언도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학가 추모공간·심리상담 지원
한편 고려대와 서강대 등 재학생 중 이태원 사고 사망자가 발생한 일부 대학에서도 이날부터 추모 공간을 마련해 피해 학생들을 애도했다. 경희대도 사고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학생지원센터 심리 상담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청년진보당은 전날(31일)부터 국가 애도기간이 끝나는 이달 5일까지 '대학가 이태원 참사 추모의 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이화여대·한국외대·고려대 등 6개교에 설치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한양대 합동 분향소를 방문해 피해 학생들의 넋을 기렸다. 박 장관은 "외국인 사망자 분들에 대해서 내국인에 준하는 필요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