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노려야죠” 연습무대로 변한 경매법원

      2022.11.02 15:32   수정 : 2022.11.02 15: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경매시장에 초보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법원이다. 높아진 이자부담 등으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 물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험삼아 경매법원을 찾는 초보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달 말 찾아간 서울동부지방법원 경매3계 101호 입찰법정에는 낙찰을 받으려는 수요자들보다는 현장학습을 나온 경매 초보자들이 더 많았다. 경매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짙어진 것도 실질적인 수요자보다 상대적으로 초보자들이 많아진 이유로 꼽힌다.


법정 입구에는 경매 30분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몇몇은 경매업체가 현장에서 나눠준 경매정보지를 들고 법정 앞을 서성였다. 이날 경매학원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서 어떤 물건이 좋을지를 논의했다. 법정 앞에는 경매학원 홍보물과 경락잔금대출을 위한 저축은행, 캐피탈 명함이 쌓여 있었다.

이날 경매정보지를 나눠주던 최모씨는 10년간 경매정보업체에서 종사한 베테랑이다. 그는 "최근 아파트값이 3억원씩 떨어지다 보니 실제 입찰에 참여하는 분들보다는 경험 삼아 오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이 내년, 내후년 경매물건이 많아지는 것을 대비해 공부하러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집값 상승과 맞물려 서울 공동주택 낙찰가율은 지난해 100%를 넘어섰지만 최근에는 80% 선이다. 실제 입찰은 줄면서 좋은 물건만 찾는 분위기"라며 "10년 전과 비교해 젊은 사람들이 경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경매 3계에는 17건 물건이 올라와 있었다. 2건은 자동차, 나머지 15건은 아파트 1건을 포함한 공동주택이었다. 101호 입찰법정은 약 100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규모였다. 법정에 앉은 사람은 70여명으로 일수가방을 옆구리에 낀 중년도 있었지만 모자를 푹 눌러쓴 20대도 있었다. 김모씨(28)는 "실제 경매 현장을 보러왔다"며 "금리 때문에 집값이 떨어지지만 경매가 더 싼 값에 집을 살 수 있는 기회다"고 말했다.

입찰 법정 안은 북적였지만 정작 입찰에 참여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가 되자 법정에 있던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졌다. 법정 가운데 놓인 투명한 입찰함에는 입찰봉투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오전 11시20분 입찰 경매 마감되기 전에 이미 법정은 처음과 달리 한산했다. 입찰을 하지 않은 김모씨(52)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로 인해 경매 시장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며 "경매로 내집마련하려는 사람들은 서민인데 현금부자만 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매3계 공동주택 물건 15건 중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유찰됐다. 유일하게 매각된 물건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빌라 3층 전용면적 29㎡다. 올해 2월 처음 감정가 3억2300만원이었지만 6차례 유찰돼 950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 수는 단 1명이었다. 나머지 14건 빌라, 아파트 등은 모두 유찰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물건의 낙찰가율이 떨어지면서 관망세가 더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찰자 수가 줄면서 부동산 경매는 빙하기를 맞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9월 전국 주거시설(아파트·다세대·연릭주택 등)의 경매 진행 건수는 3616건으로 이 중 낙찰건수는 1075건(낙찰률 29.7%)이다.
실제 낙찰로 이어진 경매물건은 10건 중 3건 정도에 불과하다. 전국 주거시설 낙찰가율 역시 5월부터 하락해 지난 9월 79.90%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이 100% 이하면 감정가액보다 낮게 낙찰된 것을 의미한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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