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운지' 생일 선물하고 떠난 딸…"같이 숨진 남자친구와 묻기로"

      2022.11.01 16:30   수정 : 2022.11.01 16:56기사원문
1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위치한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 모습 ⓒ 뉴스1 박우영 기자


(서울=뉴스1) 박우영 김정현 기자 = "내 생일이어서 남산타워 스카이라운지 레스토랑으로 아내와 같이 갔습니다. 딸이 그 식당을 잡아줬어요. 그렇게 해놓고 딸은 남자친구와 이태원으로 갔는데…둘 다 저 세상으로 떠났네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20대 여성 김모씨의 입관이 예정된 1일.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김씨의 빈소는 이미 많은 조문객이 다녀갔는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날 오후에 있을 입관식을 기다리던 아버지 A씨는 "(여러분이) 우리 딸을 위해서 왔는데 이래야 딸이 좋아할 것 같다"며 빈소를 찾은 취재진을 내부 식당으로 들였다.



희끗희끗한 머리에 검은 상복을 입은 A씨는 "나도 이제 내적으로 다 정리가 됐다"면서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차분하게 심경을 밝혔다.

A씨는 "많은 사람이 애도해주셔서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며 "가끔 이상한 반응이 있는데 그것들은 '그냥 그런 사람이 있구나'하고 넘긴다"고 말했다.


숨진 딸에 대해 A씨는 취재진을 바라보며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이고 사랑스러운 딸이었다"고 담담하게 소개했다.

사고가 난 지난달 29일은 A씨의 생일이었다. 딸은 생일을 기념해 남산서울타워 레스토랑에 부모님을 위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A씨는 "딸이 잡아준 곳에서 아내와 함께 맛있게 먹고 딸은 남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으로 갔는데 둘 다 저세상으로 갔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했다.

A씨는 딸과 남자친구를 한 납골당에 두는 문제를 남자친구의 유족과 상의하고 있다고도 했다.

일터가 전남 광양에 있어 가족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는 A씨는 "앞으로 트라우마를 겪어야 할테니 문득문득 생각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서도 "나야 어떻게든 견뎌낸다 해도 그 큰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아내는 많이 힘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A씨는 다행히 전날 휴대폰을 돌려받은 덕에 딸의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했고 그 때문에 많은 친구가 빈소를 찾아왔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 고마웠다"고 말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제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번 일이 뭔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매뉴얼에 따라 사후 처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연 어떻게 하는게 유족을 위한 것일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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