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상대 줄소송 예고… 법조계 "배상책임 인정될 가능성 높다"
2022.11.01 05:00
수정 : 2022.11.01 21:24기사원문
■13만명 몰렸는데 경찰 인력은 137명 "주최 측 없었다"는 경찰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서울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상황 속 거리두기가 해제되지 않았던 지난해 10월 30일 5만9609명보다 2배 이상 많고,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10월 26일 9만6845명보다도 3만3000명 늘어난 숫자다.
경찰과 지자체 등이 안전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었고, 사고 발생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그에 따른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되면 민사상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경찰은 주최 측이 없는 행사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손쓸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는 오히려 주최 측이 없었던 행사인 만큼 경찰관직무집행법을 근거로 경찰에 '주의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경찰의 권한을 규정한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위험이 구체화된 상황에서는 이 권한을 반드시 행사해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데, 수많은 군중이 밀집한 당시 상황에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 그 밖의 위험한 사태가 있을 때'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고 발생 3시간여 전 "압사당할 것 같다" 신고 접수…"'주의의무' 발생했다고 봐야"
특히 사고 발생 수시간 전 대규모 안전사고를 예상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던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경찰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고 발생 3시간여 전인 29일 오후 6시34분 사고 발생지점을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압사당할 것 같다. 인파가 너무 많아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날 오후 8시9분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치고 난리가 났다. 다치고 하고 있다. 단속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사고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신고가 들어왔다는 사실은 경찰이 적극적으로 조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할 만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며 "신고에 따른 조처가 있었더라도 그 조처가 미흡했다면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경찰서가 사고 발생 전 핼러윈 기간 10만명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던 점, 이에 대비하기 위해 상인연합회 관계자·이태원역장 등과 간담회를 열어 핼러윈 기간 시민안전과 질서 확립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던 점 역시 배상책임을 묻는 근거가 될 수 있다. 핼러윈 기간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했고, 시민안전과 질서 확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 역시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당일 현장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137명, 용산구가 투입한 공무원은 5일간 150명, 하루 30명에 불과했다.
일각에서는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2017년 포항 지진과 관련해서 특별법에 제정됐던 것처럼 예기치 못한 재난상황에서 발생한 재난에 대해 특별법을 제정, 진상 규명과 피해자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