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로에 마네킹 세워놓고 참사 재연한 日매체 "조금만 움직여도 쏠린다"

      2022.11.02 07:13   수정 : 2022.11.02 07: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6명이 사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일본 매체가 마네킹을 세워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사고 발생 원인을 분석했다.

지난달 31일 일본 ANN은 “참사가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154명의 사망자(당시 집계 기준) ‘군중 눈사태’ 현장 재현”이라는 제목의 보도로 이태원 참사를 다뤘다.

기자는 “서울의 번화가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모인 많은 젊은이가 군중 눈사태에 휘말려 일본인 2명을 포함해 154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됐다”며 “이 좁은 길에서 왜 희생자가 많이 나온 것인지 사고 현장의 언덕을 재현해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스튜디오에는 이태원 골목길을 재현한 구조물이 설치됐다. 1㎡ 면적의 구조물은 이태원 골목의 경사도인 10%(경사각 5.7도)로 기울어져 있다.
당시 골목에 가득했던 군중을 묘사하기 위해 구조물 위에는 9개의 마네킹이 빈틈없이 서 있다.

기자는 “화면에서는 완만해 보이지만 실제로 올라가 보면 경사가 급격해 조심해야 한다”며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앞으로 쏠린다. 휠체어 슬로프보다 2배 정도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마네킹 사이에 들어가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마네킹 9개 사이로 들어오니 제 눈앞에는 앞사람의 뒤통수가 있고 몸을 움직일 수 없으며 압박감이 든다”며 “1㎡에 10명 이상이 들어가면 군중 눈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이건 마른 체형의 마네킹인데 실제로는 사람들이 더 두꺼운 옷을 입고 소지품을 갖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압박감이 더 심할 것”이라며 “발밑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경사가 더 급격하게 느껴지고 어느 쪽이든 무서운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군중 속에서 중심을 잃고 앞으로 쏠리게 되는 이유도 분석했다. 기자는 “서로 몸을 지탱하고 있어 넘어지지 않지만 누군가 허리를 숙이거나 땅에 떨어진 걸 주우려고 하면 주위에 있던 사람은 지탱하던 것이 없어져서 넘어지고, 또 그 앞에 있던 사람도 함께 넘어지는 등 도미노처럼 우르르 쓰러진다”고 말했다.



기자는 “대부분 사람들은 50㎏의 압력이 가해지면 답답함과 공포를 호소한다”며 “서 있는 상태로 압사당한 사람들의 경우 강한 압력에 노출되면 혈류가 제한돼 30초 뒤 의식을 잃고 약 6분 만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본 국내 네티즌들은 "그래픽(그림)보다 눈에 더 잘 들어온다" "확실히 이런 인재는 아날로그 형식의 설명이 경각심 가지기에 더 좋다" "모자이크한 사고 영상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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