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속 '청재킷 의인' 있었다...몸으로 버티며 "어깨 밟고 가라"

      2022.11.02 07:41   수정 : 2022.11.02 07: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사람들이 깔리지 않도록 온몸으로 버티고 구조에 힘쓴 ‘청재킷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태원에서 청재킷을 입고 있던 남성 A씨는 참사 현장에서 시민 여러 명을 구조해 화제를 모은 아프리카TV BJ 배지터를 구해준 인물이다.



배지터의 영상을 보면 A씨는 사람들이 깔리지 않도록 한 자리에서 단단히 버티고 서있었다. 그는 엄청난 인파에 따른 압력이 앞뒤로 밀고 들어오자 힘으로 버티면서 앞쪽 사람들이 쓰러지는 것을 막았다.


이후 A씨는 배지터가 해밀톤호텔 외부 계단 난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자신의 어깨를 기꺼이 내줬다. 배지터는 밑에서 받쳐주는 A씨를 밟고 난간 위에서 손을 뻗어주는 시민의 도움을 받아 압사 현장에서 빠져나왔다.



자력으로 난간 위로 올라간 A씨는 배지터를 포함해 다른 시민들과 아래쪽으로 손을 뻗어 구조 활동을 이어갔다.

배지터는 1일 자신의 방송에서 “청재킷 형님이 날 완전히 감싸 안아서 쓰러지지 않게 힘을 꽉 주고 있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여러 명을 감싸서 힘으로 버티고 있었고, 넘어지는 순간 큰일 난다면서 믿고 버티라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건물 위쪽에서 손을 뻗어줄 때는 내게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며 “청재킷 형님은 날 올려준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을 계속 올려줬다”고 했다.


SNS에도 A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그를 찾는 글이 올라왔다. 참사 현장에 있었다는 여성 B씨는 “바닥에 깔려 죽을 것 같아 어떻게든 벽 쪽으로 가려고 했다. 그때 청재킷에 청바지를 입으신 분이 본인 다리를 잡고 일어나라고 해서 그분을 붙잡고 일어났다”며 “그분이 저를 벽 쪽에 두고서 조금이라도 공간을 만들어주려고 바깥쪽에서 버티셨다”고 설명했다.


A씨는 구조 작업 이후 사고 현장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KBS 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다행히 벽 쪽으로 밀리면서 처음에 다리만 꼈다. 계속 버텼는데 나중에는 버틸 수가 없을 정도로 미끄러져 내려갔다”며 “언덕 같은 게 있어서 저는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서 바로 빠져나왔다. 다른 분들은 거의 못 올라가서 제가 약간 힘으로 잡고 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저 위쪽에 있는 사람들이 밀었는데 언덕길이다 보니까 체중이 쏠리면서 다 쓰러졌고, 그 밑에 계신 분들은 깔려서 압사한 것 같다"며 "한 번 밀린 게 아니라 5번 정도 계속 밀렸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버텼는데 계속 미니까 쓰러졌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이날 친구를 잃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제가 친구를 1시간 30분 정도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압사당했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다.
나이 먹기 전에 핼로윈 가보자해서 왔는데 사고를 당했다"고 토로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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