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난 골목, 땅 주인만 30명 넘어…재정비 힘들다
2022.11.03 05:15
수정 : 2022.11.03 11: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56명의 사망자를 낸 '이태원 참사' 발생 장소인 골목길을 재정비해 안전 사고 위험성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서울시를 포함해 30명이 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재정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참사가 일어난 골목 일대 건물 대부분이 무단 증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한 적이 있거나 현재 불법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서울시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곳은 이태원동 119-3·6번지 도로로,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대로와 번화가인 세계음식거리를 잇는 155.4㎡(약 47평) 넓이의 좁은 비탈길이다.
사고 발생 지점의 폭은 3.2m, 길이는 40m, 경사도는 10%로 비좁은 경사로 골목에 인파가 몰리며 328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과 같은 사고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태원 일대를 방문했던 시민들은 몇 년 전부터 번화가 쪽에 라운지바 같은 것들이 생기고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사고가 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 일대 보행로에 손을 아예 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시는 지난 2013년 12월 이태원 세계음식문화지구를 ‘보행환경개선지구'로 지정했지만 이때 진행된 작업은 도로 포장 △노후 계단 정비 △송전선 지하 매설 △거주자 주차면 제거 등 수준이었다. 골목길 개조와 같은 대대적인 개선 작업을 하지 못했다.
사고가 일어난 골목길 도로에 대한 등기부 등본을 확인한 결과 김모씨 등 총 34명이 지분을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밀톤호텔을 운영하는 해밀톤관광주식회사와 서울시도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이같은 도로를 개발하려면 소유자의 허락을 받거나 기부채납, 토지매입을 해야 하지만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길을 정비하려면 지자체가 일대 도로와 건물을 다 사들여야 하는데 땅값이 비싸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의 취재 결과 사고가 난 골목에 있는 한 건물은 '무허가 건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건축물대장 자체가 없었다. 법원에 부동산 등기도 하지 않은 건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1층에는 옷 가게가 있고, 가게 옆에는 간판이 없는 철문이 있다. 옷 가게는 맨눈으로 봐도 도로변 다른 상가에 비해 외부 인테리어 설치물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용산구청 측은 이를 뒤늦게 확인한 뒤 서울시에 항공사진을 통해 건물 건축 시기를 판단하는 '항적 의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