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골목 건물 불법 증축… 지자체 배상책임 인정될까

      2022.11.03 18:13   수정 : 2022.11.03 18:13기사원문
이태원 참사로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정부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골목 인근에 위치한 건물의 불법 증축으로 골목길이 좁아져 사고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지방자치단체도 책임을 피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길거리, 하천 등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해 시설물 관리 책임자인 국가와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다만 '지자체 책임론'이 법적 배상 인정으로 이어지는 핵심 포인트인 사고와의 직·간접적 인과관계, 사고 예견가능성을 두고 법조계 시각은 엇갈린다.

■지자체 법적 배상 인정될까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을 규정한 국가배상법 5조는 도로·하천, 그 밖에 공공목적을 위해 제공하는 인적·물적 시설(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어 손해를 발생하게 한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 판결문을 살펴보면, 법원도 최근 지자체의 관리 부실에 따른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은 지자체의 관리 책임 부실 외에 피해자의 행위 등 다른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상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 살던 A씨는 지인들과 가진 술자리가 끝난 후 연락이 끊겼고, 다음날 하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안전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지자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보도와 하천 바닥까지 높이가 7.8m로 높은데도 방호울타리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지자체의 방호조치 의무 위반을 인정해 총 5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경북 문경시가 진행하는 한 관광 진흥 프로그램에 당첨돼 계곡을 방문했다가 물에 빠져 결국 숨진 B씨 사건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 역시 법원은 "계곡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의 부주의로 익사하는 등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조처를 할 의무가 있었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참사 예견 가능성'이 쟁점

그러나 이 같은 판례가 이태원 참사에도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 일대 건물 대부분이 무단 증축 등의 위법성이 있는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지자체가 이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은 사실 만으로 이번 사태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태와 같은 대규모 압사 사건은 전례가 없었던 만큼 사고 예견 가능성에 대한 입증 역시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무엇보다 배상 책임을 따지기 위해선 위반 건축물과 관련해 지자체에 적절한 조처를 했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법조계는 지적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위반건축물을 단순히 철거하지 않아 골목이 좁아졌다는 사실 만으로 지자체 책임을 묻는 것은 일종의 '자기 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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