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일주일... "행복한 곳으로 가길" 시민 애도 이어져

      2022.11.06 01:08   수정 : 2022.11.06 01: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얘들아! 정말 미안하다. 행복한 곳으로 가기를 기원한다'
국가 애도 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애도의 뜻을 전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참사 당일 사고 현장 인근에 있던 시민들도, 사고를 뉴스로만 접했던 시민들도 한마음으로 애도를 표했다.



국화꽃·편지로 전한 애도
이날 추모 공간이 마련된 서울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자 모여든 시민들의 발걸음으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추모 공간을 방문한 시민들은 국화를 헌화하거나 애도의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을 써 붙이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조문객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엄마의 손을 붙잡고 추모 공간을 찾은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주위를 돌아다녔다.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의 슬픔은 여전했다.
비번 날 추모 공간을 찾은 택시기사 이모씨(43)는 "사고 당일 인근에서 택시를 몰았다"며 "일주일 내내 트라우마로 인해 현장에 올 엄두도 내지 못하다 애도기간 마지막 날이라 방문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참사 현장 인근에 있었던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돕지 못했다는 사실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지인들과 함께 추모 공간을 찾은 터키 국적의 엠마씨(48)는 준비해 온 하얀 봉투에 서툰 한국어로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참사 현장 인근 직장에 다니는 엠마씨는 사고 현장을 보고도 집으로 돌아간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살리기 위해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한 희생자 유가족들은 일대에 쳐진 폴리스라인을 걷고 사고 발생 골목길 입구로 들어가 눈물을 쏟아냈다.

경찰의 유실물 센터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유가족 신모씨는 취재진과 만나 "(희생자) 조카아이의 가방이 혹시나 남아 있는지 유실물 센터에 전화를 했고, 그제야 가방에 든 신분증을 대조하더니 '보관 중'이라고 답변이 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신씨는 "유실물에 신분증이 있을 경우 먼저 유가족들에게 전화나 안내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일 텐데 먼저 연락하기 전까진 아무 조치도 없었다"며 "우리가 나서서 찾지 않았더라면 (조카의) 가방도 버려졌을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참사, 남의 일 아냐"
한편 참사 후 첫 주말 저녁을 맞은 이태원 상점가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추모 행렬로 온종일 북적인 1번 출구 인근과는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태원 인근의 경리단길, 해방촌 일대 역시 참사 애도 분위기를 이어가듯 차분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이태원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기존 주말 저녁과 비교했을 때에도 사람들이 확연히 줄었다"며 "참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앞으로의 생계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태원과 유사한 상가 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은 밤늦게까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홍대 걷고싶은거리 일대에 인파가 몰려들자 시민들은 약속한 듯 우측통행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민들은 이번 참사로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장소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박모씨(24)는 "당분간은 좁은 지역에 다인원이 몰리는 공간에는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학교 갈 때 타는 '지옥철'에서 늘 심한 압박감을 느낀다.
이태원 참사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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