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정쟁 속 예산 심의를 정치 볼모 삼지 말라

      2022.11.06 18:50   수정 : 2022.11.06 18:50기사원문
국회는 7일부터 정부가 편성·제출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난 1일부터 상임위원회별로 일부 시작됐지만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 선포로 늦어졌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내세운 내년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를 원하지만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거세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로 민생예산을 10조원이나 삭감했다며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을 줄여 지역화폐와 공공임대주택 등 삭제된 예산을 복구하겠다고 벼른다.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빌미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를 정치 논란과 연계할 게 뻔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 수사에 이태원 압사사고 책임 문제까지 더해져 예산안이 정치 공방의 볼모로 잡힐 가능성이 더 커졌다.

국회 다수석 민주당으로서는 특히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경질을 넘어 일각에서 내각 총사퇴를 주장하는가 하면 외신 기자회견에서 농담성 발언을 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교체까지 들고 나오는 형편이다.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한 해도 거른 적이 없지만 올해는 역대 최악의 상황이다. 내년에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닥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권이 하나로 뭉쳐 한해의 살림살이인 예산을 제대로 심사해야 밀려오는 파도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파국을 피하지 않는 강대강 대결은 국민을 더욱더 큰 고통의 나락에 빠뜨릴 수 있다.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는 5년 동안 국가의 곳간을 거덜낸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종식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렇다고 취약계층과 서민의 삶을 도외시한 것도 아니고 복지를 더 챙기고 강화했다. 그런 것을 부자 감세라며 꼬투리를 잡고 민생을 핑계로 특정 예산을 늘리려는 것은 선심성 포퓰리즘일 뿐이다.

소수 의석을 가진 여당의 협상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속이 뻔히 보이는 야당의 예산과 연관 지은 정치 공세에 논리적으로 대응해 여론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누가 봐도 정치 보복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수사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놓치지 않아야 가능하다. 협치는 애당초 물 건너갔다고 포기하지 말고 여야 협력을 끈질기게 추진하되 경우에 따라서는 대승적 결단으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한다.


예산의 법정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지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늑장 심사와 통과가 다반사였지만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졸속 심사만큼은 반복하지 않기 바란다.
쪽지예산, 나눠먹기 등의 구태를 답습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도 올해는 눈에 띄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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