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역전에 신용 리스크까지… 한국물 채권 거래 '실종'

      2022.11.07 18:12   수정 : 2022.11.07 18:12기사원문
외국인들의 원화채는 물론 한국계 외화표시채(외화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에 신용리스크가 더해진 결과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따라 달러채에 대한 투심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원화채 소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에 이어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쇼크 등 신용리스크가 겹치면서 국내 채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원화채 외면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이 연초 이후 순매수한 원화채(4일 기준)는 모두 62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순매수 규모(119조2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달 외국인의 원화채 순매수 규모는 4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9월(6조7000억원)과 비교해 38.8%가 축소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역전으로 달러채에 대한 투심이 강하다 보니 원화채 투심이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3.75∼4.00%)가 한국 기준금리(3.00%)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신용리스크까지 더해졌다는 평가다. 김문선 KIS채권평가 본부장은 "한·미 금리 역전에 레고랜드 사태 등 신용리스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채에 대한 투심이 좋지 못하다"며 "한미 금리 역전 폭은 더 확대될 수 있어 외국인들의 원화채 투심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계 외화채 매수도 급랭

원화채뿐만 아니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계 외화채권에 대한 인기도 빠르게 냉각되는 모습이다. 흥국생명의 5억달러 규모 외화채권 조기상환(콜옵션) 실패가 한국기업이 발행한 외화채권에 대한 투심을 급랭시켰다는 지적이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 성격이지만 5년 내 조기 상환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기업들이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할 것으로 믿고 있어 투자자들은 신종자본증권을 사실상 5년채로 인식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포기함으로써 투자자들은 영구채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인한 셈이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실시로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의 실질 만기 연장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역외 투자자들의 한국계 외화채권 매수심리도 저하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심리 저하로 국내 은행 발행 및 아시아 주요 보험사 코코본드 가격 하락이 야기됐다"고 짚었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콜옵션 미행사 이슈로 시중은행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국내 기관들의 외화 자본성 증권에 대해 해외 시장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5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3일 74.98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이는 2017년 9월 28일(75.10bp) 이후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 일종의 보험 성격의 금융파생상품이다.
국가 경제의 위험이 커지면 대체로 프리미엄도 올라간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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