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1000만원 놓고 간 기부천사 "이태원 참사 같이 울겠습니다"

      2022.11.08 08:11   수정 : 2022.11.08 17: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년째 신분을 밝히지 않고 경남 지역사회에 따뜻한 온정을 전해온 익명의 기부자가 이번엔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위해 1000만원의 성금을 기부했다. 늘 그렇듯 5만원권 현금 뭉치에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도 있었다.

7일 경남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발신제한표시가 된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걸어온 남성은 “이태원 참사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지속해서 기부를 해온 사랑의 열매를 통해 성금을 내고 싶다.
사무국 입구 모금함에 성금을 놓아두고 간다”고 전했다.

이후 확인한 모금함에는 손편지와 함께 5만원권 현금 1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한 희생자분들을 애도하며 삼가 조의를 표한다”며 “슬픔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도 위로의 말이 될 수 없기에 그냥 같이 슬퍼하고 그냥 같이 울겠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기부금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유가족분들에 전해달라는 뜻을 밝혔다.

경남에서는 수년째 발신번호 표시가 제한된 전화와 함께 늘 이 ‘익명의 기부천사’가 찾아온다. 매년 연말 캠페인을 비롯해 경남과 전국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사고 때마다 온정을 전해왔다.

지난 2019년 진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피해자 지원, 2020년 코로나19 및 호우피해 특별성금, 올해 산불 및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지원 등등으로 그는 모금회를 찾았다. 이 익명의 기부자가 사랑의열매를 통해 기부한 누적 성금만 4억9900여만원에 달한다.

직원들은 그가 기부금을 전할 때마다 도움을 주고 싶은 대상과 이유를 적어둬 인상이 깊다고 했다. 다만 신분을 전혀 밝히지 않고, 조용히 온정을 베풀기 때문에 정체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직원들은 전화 속 목소리가 ‘40~50대 정도쯤으로 보이는 남성’이며, 성금에 10원짜리 동전까지 들어있을 때도 있어 매년 기부를 위해 저축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금회 직원들은 이번에도 돈을 모금함에 넣은 후 발신 제한표시 전화로 알린 점, 손편지 필체 등을 근거로 이 기부자가 그동안 여러차례 익명으로 고액을 기부했던 사람과 같은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경남모금회는 익명 기부자 뜻에 따라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에 성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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