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000곳 증발"…고사 위기 몰린 동네 문구점 추억되나

      2022.11.09 07:05   수정 : 2022.11.09 13:14기사원문
1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문구완구시장의 한 문구점. 2022.3.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신윤하 기자 = "저가 생활용품 유통 업체들과 온라인 유통 쇼핑몰의 가격 경쟁력을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동네 문방구들은 1년 뒤 파산입니다."

동네 문구점들이 줄폐업하고 있다.

학교 앞 문방구를 찾던 학령 인구가 줄어든 데다가, 저가 생활용품 업체들이 매장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잃었기 때문이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1만4731개였던 전국 문구소매점은 2019년 9468개로 줄었다.
매년 약 500개 업체가 감소한 것이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2022년 현재 약 8000~8500개 문구소매점이 남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구소매업계는 동네 문구점들이 폐업하고 있는 이유가 복합적이라고 지적한다. 학령인구 감소, 대형 생활용품 유통업체·대형마트 영업점의 확장, 시도교육청의 학습준비물 제도 등이 맞물려 악재가 됐다는 설명이다.

장낙전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날인 8일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0여 년 전만 해도 1만6000여개에 달했던 문구점이 대형 매장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 학습 준비물 제도 등으로 인해 현재는 8000여개만 남았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동네 문구점을 찾던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유·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587만9000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보다 150만6000명(20.4%)이 줄었다.

여기에 학교에서 노트와 미술용품 등 학습준비물을 일괄구매하면서 학생들이 동네 문구점을 직접 찾을 일도 없어졌다.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는 전자입찰을 통해 최저가 입찰을 진행하므로 동네 문구점 등은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관련 업계에선 생활용품 유통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온라인 유통 쇼핑몰이 많아지면서 동네 문구점들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주장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20년간 문구점을 운영한 이중은씨(62)는 "처음 도매상으로 문구업을 시작했을 때 거래하던 소매업체가 100여개였는데 5년 전부터 대형 생활용품 유통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이제는 20개만 남았다"며 "그동안 소매상은 다 무너져가고 저희같은 도매상들은 소매상으로 전락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32년째 문구점을 운영 중인 김만기씨(53)는 "국내 문구점에서 1000원짜리 소매 제품을 800원에 팔 때, 저가 생활용품 유통업체는 500원, 400원에 팔고 있다"며 "생활용품 유통업체가 많은 물량을 발주할 수 있는 만큼 제조사들도 싼값에 물품을 주는 데다가, 중국 OEM 방식으로도 제품이 만들어지므로 영세 문구점들은 도저히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은 문구소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7월 동반성장위원회 및 중소벤처기업부에 문구소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추천 요청 및 신청서를 제출하고, 8월 회의를 진행했다.

문구소매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됐으나 올해 7월 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업종 중 선정해 대기업·중견기업의 진출을 막아주는 제도다. 자율규제인 중기적합업종과 달리 법적 규제다.
문구소매업은 최소 500m에서 1㎞에선 대형 생활용품 유통업체와 대형마트의 신규 입점을 막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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