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이태원 출동 소방관, 다음 날 만취 부사관에게 폭행 당했다
2022.11.11 05:55
수정 : 2022.11.11 05: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 2명이 다음날 다른 현장에 출동했다가 취객에게 폭행당해 중상을 입는 일이 벌어졌다.
1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에 따르면 경기 고양소방서 소속 구급대원 2명은 지난 1일 “숨쉬기 힘들다”는 30대 A씨의 신고를 받고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로 출동했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자택 현관문 앞에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하고 제대로 호흡할 수 있도록 응급조치를 취했다.
JTBC가 공개한 당시 상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구급대원들이 “하지 마세요. 선생님, 폭행하지 마세요”라고 말려보지만, A씨는 욕설을 하며 “너 이게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아니? 야 뛰어, 뛰어 빨리빨리”라고 횡설수설한다. 구급대원들은 10분간 폭행당하다가 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겨우 피신했다. 이 과정에서 구급대원 B씨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결국 구급대원들은 아래층으로 대피해 한 가정집의 문을 두드리며 “잠깐만 도와주세요. 문 좀 열어주세요. 119예요. 죄송한데 경찰 올 때까지 잠깐만 있을께요. 술취한 사람이 폭행해서요”라며 도움을 청한 후 몸을 피하고 나서야 사건이 일단락 됐다. 대원들을 폭행한 A씨는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제압된 뒤 군으로 넘겨졌다.
당시 출동했던 한 구급대원은 소방방재신문에 “이번 사건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PTSD 소견까지 받았는데 A씨는 아직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없는 상태”라며 “다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고 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폭행당한 구급대원들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투입됐으나, 하루도 쉬지 못하고 출동에 나섰다가 이 같은 일을 겪었다며 “한 명은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고, 다른 한 명은 십자인대가 끊어져 지금 치료랑 재활을 하면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전했다.
소방 당국은 해당 부사관을 군사경찰에 넘길 예정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