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에 열린 이태원 참사 골목...행인들 "참담하다"

      2022.11.11 17:24   수정 : 2022.11.11 17: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1일 오후 1시 53분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해밀호텔 서쪽 골목. '이태원 참사' 현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통제하던 폴리스라인이 걷혔다. 거리의 모습은 마치 참사가 없었던 일상으로 돌아간 듯 정리돼 있었다. 이날 오전 경찰 측은 사고 현장에 남아있는 유실물을 정리하고 쓰레기 등 주변을 정돈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이나 거리에 남은 흔적에서는 '상처'가 남아 있었다.

■떨어져 나간 돌출형 간판
이날 참사 현장은 지난달 29일로 시간이 멈춘 듯했다.
길이 40m 남짓, 폭 5m의 골목을 좁았고 경사는 가팔랐다.

경찰이 청소와 방역을 마쳤지만, 지워지지 못한 흔적이 눈에 띄기도 했다.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아슬아슬하게 벽에 붙은 간판이었다. 참사 당시 누군가 붙잡기라도 한 듯 벽에 돌출된 금속제 간판 상당수가 떨어져 나간 모습이었다.

참사 골목에 있는 클럽과 음식점은 아직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통유리를 통해 본 점포 내부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술병과 쓰레기, 그리고 마법사 분장을 한 마네킹 등이 방치돼 있었다.

해밀톤호텔 쪽 가건물 벽에는 그려진 호박, 편의점 앞에 놓인 핼로윈 장식 모두 그날 그대로였다.

바닥에는 핼러윈을 축하했던 반짝이 장식과 짓눌린 담배꽁초들이 남아있었다.

골목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도 그날에 붙잡혀 있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민인 우모씨(67)는 "당시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어요. 대로변에는 시체가 쌓여있었고, 골목에 갇힌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라며 그날에 골목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그는 장사하는 지인의 부탁으로 참사가 발생한 골목 건너편에서 행인을 통제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 참담한 현장의 모습을 눈으로 목격했다고 한다. 우씨는 "참사 현장을 다시 찾으니 마음이 참담하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해선 안 되지 않겠냐"고 했다.

참사 현장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남모씨(82)는 "2주가 지난 지금도 밤마다 참사 당일의 일이 생생히 떠올라 불안하다"며 "가게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깔리면서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가득했다"고 그날의 일을 회상했다.

이어 남씨는 "사망자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뿐이다"며 "쓰러져간 젊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10년 이상 지켜왔던 이 자리에 계속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추모객 발길 이어져
이태원 참사 후 열흘 넘게 지났지만 좁은 골목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발길이 계속됐다. 다만 폴리스라인이 없음에도 대부분의 추모객은 바라볼 뿐, 골목에 들어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날 참사 현장을 찾은 김모(76)씨는 참사 현장을 본 뒤 합장을 하며 "나무아미타불"을 읊조리며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김씨는 "매일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익숙한 거리에서 이렇게 큰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더욱 좋지 않다"며 "꽃 피지도 못한 젊은 청춘들이 길거리에서 쓰러져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 집이 있는 정릉에서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왔다"고 전했다.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는 김모(19)군은 조퇴를 하고 교복을 입은 채 현장을 찾았다. 포스트잇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을 써 이태원 1번 출구 근처에 붙였다.


김군은 "비슷한 나이의 젊으신 형 누나들이 이렇게 좁은 곳에서 사망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저의 작은 기도가 희생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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