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넘어 상생으로”…부산 기업 ‘콜라보’ 문화 물꼬

      2022.11.15 15:17   수정 : 2022.11.15 15:3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혼술족, 홈술, 홈파티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부산 대표 주류기업 대선주조와 협업해 제작한 미니 술장고가 양사 모두에게 서로 윈-윈(Win-Win)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부산지역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스타트업 간 협업 파트너 매칭을 지원하는 ‘2022 대-스타 콜라보 부스터 프로그램’의 우수사례를 알리기 위해 15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성과공유회에서 대상(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한 ㈜씨앤컴퍼니의 박창준 대표는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대-스타 콜라보 부스터 프로그램은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부산경제진흥원, BNK부산은행이 지역 내 상생협력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역 대·중견기업과 중소·스타트업 간 협업 파트너 매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대·중견기업의 일방적인 지원이 아니라 중소기업·스타트업이 함께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양사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협업 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날 성과공유회에서는 리딩 기업으로 참여한 대선주조, 에어부산, 파크랜드, 이니스프리가 6개 중소기업·스타트업과 각각 매칭해 협업한 사례를 소개하고 실제 사례에 대한 평가와 시상이 이어졌다.
평가는 5명이 심사위원이 사례발표와 질의응답을 통해 기술역량, 실행능력, 기대효과를 고려해 채점했다.

그 결과 대상에는 대선주조와 협업한 부산지역 종합 가전업체 씨앤컴퍼니가 선정됐다. 이 회사는 기능과 디자인적 요소,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운 미니냉장고에 대선 디자인을 적용한 술장고로 새로운 굿즈 마케팅을 제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해외 전자제품 전문 유통기업의 유통망을 활용해 1인가구 등 MZ세대 트렌드를 적극 공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최우수상(부산은행장상)은 에어부산과 협업한 건강기업 ㈜영롱이 수상했다. ‘약사가 직접 추천하는 영양제’를 표방하는 이 회사는 코로나 엔데믹을 맞아 여행객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맞춰 여행객을 위한 여행용 영양제 키트를 제작해 에어부산 판촉물로 활용하는 콜라보 아이템을 내놨다. 콜라보 아이템의 첫달 판매 수익을 지역사회에 전액 기부하는 착한 소비 진작활동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어 우수상(부산중기청장상)에는 파크랜드와 협업한 다단, 에어부산과 협업한 석운윤이 각각 선정됐다. 이건희 작가가 대표로 활동하는 다단은 예술작품으로 디자인한 쇼핑백을 비롯해 머플러 등 겨울 시즌 상품으로 파크랜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윤석운 디자이너의 의상 브랜드 석운윤은 에어부산의 교체용 기내시트를 원단으로 활용한 독창적인 의류를 제작해 항공폐기물을 줄여 친환경을 추구하는 에어부산의 기업 이미지 구축에 이바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수상(부산경제진흥원장상)은 이니스프리와 협업한 일레갈로, 대선주조와 협업한 성심온도담이 각각 수상했다. 일레갈로는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투명 파우치 등 이니스프리 주력 고객을 타깃으로 한 판촉물을 제작해 연말연시 영남지역 매장에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통 유기제품을 만드는 성심온도담은 대선주조 기업 로고와 2030 세계박람회 로고를 담은 프리미엄 술잔을 제작해 대선주조와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편 부산중기청과 부산경제진흥원은 이번 성과공유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된 콜라보 과제에 대해 내년 사업 추진 시 성과를 적극 홍보하고 내년도에는 더욱 많은 콜라보 과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대 편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간 소통 선순환 구조 만들자”
“부산은 제조업이 기반이 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서비스업 비중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산업구조라면 기업들끼리 서로 매칭되는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김일호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스타 콜라부 부스터 프로그램을 부산에서 시범적으로 추진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하면서 향후 전국이 부산의 콜라보 모델을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그동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과 연결해준다고 하면 대개 자금 지원이나 노하우 전수 등 일방적인 시혜를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만큼 자리를 잡은 기업들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럼에도 분명히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특성을 필요로 하는 큰 기업들도 있기 때문에 기존에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기업간 소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진양현 부산경제진흥원장도 협업 경영의 이점에 대해서는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진정한 상생협력이 되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실질적인 혜택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의 방향성을 놓고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고 술회했다.

진 원장은 “대기업의 경우 매력적인 협업을 제안하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고 이로 인해 스타트업과의 매칭이 실패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은 편인데 이것만 봐도 의사결정이 빠르고 민첩한 스타트업의 DNA가 대기업에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라면서 “대-스타 콜라보 부스터 프로그램을 위해 여러 기업을 만나 단순히 기업 간에 끌어주고 밀어주는 개념을 넘어서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이 만나 서로간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하고 더 넓은 시야를 갖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로 이번 성과공유회에서도 나왔듯이 대기업이라면 기존에는 하지 않았을 법한 참신한 제안이 많이 나온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라면서 “단순히 사업 성공 여부를 떠나 다양한 이종교배가 시도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얼마든지 부산 기업들의 중매쟁이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defrost@fnnews.com 노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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