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이어 법원도 故박원순 성희롱 인정..."인권위 결정 타당"(종합)
2022.11.15 15:28
수정 : 2022.11.15 15:5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부하직원을 성희롱했다고 인정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법원도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15일 박 전 시장의 배우자인 강난희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권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박 전 시장은 2020년 7월 서울 종로구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이후 그가 부하직원인 서울시 공무원에게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경찰은 박 전 시장 사망으로 같은 해 12월 수사를 종결했고, 이후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언동을 한 것이 인정된다는 직권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고 봤다. 또 이런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강씨는 "인권위가 고소인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고인을 범죄자로 낙인찍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참고인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상세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과도 부합한다며 인권위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한 이유 모두에 대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또 박 전 시장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불쾌감을 주는 정도에 이르러 성희롱임이 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비서직을 수행하며 직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박 전 시장의 각 행위에 대해 거부 의사와 불쾌감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이 같은 행위를 묵인한 것은 시장의 컨디션을 보좌해야 할 비서직 특성상 박 전 시장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도 초래될 불편함을 자연스레 모면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했다.
'피해자가 박 전 시장에게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해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는 강씨 측 주장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맡은 직무와 당시 박 전 시장의 성적 언동이 계속되는 상황 등에 비춰 "박 전 시장의 각 행위가 성적 굴욕감을 줬다는 판단에 장애가 되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단순히 피해자가 친밀감을 표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박 전 시장의 행위가 성희롱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로서는 서울시장 비서직 공무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데 조금이라도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한 소명 의식 등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성희롱 피해를 감수하는 측면이 있음을 피해자 입장에서 다방면으로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씨 측 주장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피해를 보면 즉시 어두워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성희롱 피해자라면 '이러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다'는 자의적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양상을 간과한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보낸 '사랑해요' 등의 표현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속한 부서에서 동료들 내지 상·하급 직원 사이에 존경의 표시로 관용적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성 사이의 감정을 나타낼 의도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피해자가 사용한 또 다른 표현에 대해서는 "박 전 시장이 밤늦게 피해자에게 연락하는 것이 계속됐던 만큼 대답이 곤란한 성적 언동을 하자 이를 회피하고 대화를 종결하기 위한 수동적 표현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강씨 대리인은 선고 직후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매우 당황스럽다"며 "유족과 상의해 재판부 판단의 어떤 점이 부당한지 밝혀볼 것"이라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