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십명 얼차려 논란' 강원 속초고, 해당 교사 아동학대로 신고

      2022.11.16 04:18   수정 : 2022.11.16 04:1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강원도 속초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 30여명에게 단체로 엎드려뻗쳐 자세를 취하는 체벌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사는 학교측으로부터 아동학대 가해자로 속초시청에 신고됐다.

15일 교육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시 20분께 속초고등학교 본관 중앙현관 앞에서 모든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급식 당번을 맡았던 학생 30여명이 교사에 의해 엎드려뻗쳐 얼차려를 받았다.



이들은 1~3학년의 실장과 부실장들로 급식 봉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얼차려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학생들은 매우 놀라 학교 커뮤니티 등에 관련 사진들을 찍어 올리며 교사의 강압적인 체벌을 '지방 일반고 똥군기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학생은 강원도교육청 국민신문고에 해당 사실을 고발했다.

집단 얼차려를 지켜본 한 학생은 체벌이 10분 이상 지속했다고 주장했으나 학교 측은 담당 교사가 1분 정도 엎드려뻗쳐를 시킨 후 바로 일어나도록 했다고 밝혔다.

속초고 관계자는 "우리 학교에서는 반장, 부반장 아이들이 급식지도를 하고 있고 일정 부분 점수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반장, 부반장들이 7~8회 정도 급식지도를 나오지 않아 학생부장(60)께서 앞으로 열심히 하자는 취지에서 엎드려뻗쳐 일어서를 하게 했고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고 해명했다.

집단 얼차려에 대한 비판 논란이 인 후 학교 커뮤니티에 올려졌던 체벌 사진과 글은 모두 삭제됐으며 교육청 국민신문고도 내려졌다.

국민신문고를 올린 학생은 교육청에서 학교에 대한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니 글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집단 얼차려 사실을 교외의 다른 커뮤니티에도 올렸으며 이를 본 누리꾼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속초고 한 학생은 "학교 분위기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며 학생들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얼차려를 실시한 교사는 학교생활에 많이 관여한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학교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속초고는 과거 대학 진학률이 강원도 상위권인 명문 공립고다.

논란이 일자 학교는 이번 일을 아동학대(아동복지법) 혐의로 신고했으며 시청과 경찰이 함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속초고 교장은 "군인도 단체 얼차려를 못 하는데 잘못됐다. 사실을 알아보니 1분가량 엎드려뻗쳐 얼차려가 진행됐는데 학생들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신고하면서 사건이 실제보다 확대된 측면이 있다. 교육청 방침에 따라 지난 11일 아동학대로 시청에 신고했다"라며 "이번 주는 수능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아 다음주 월요일에 시청에서 경찰서와 함께 30여명을 불러서 상담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속초고 교장은 "얼차려를 지켜본 아이들은 불만스러웠지만 체벌을 받은 학생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담당 교사는 말로 해도 될 것을 행동으로 보인 데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취지라도 얼차려 자체가 일어나면 안 된다. 아동복지법에도 정서적 신체적 학대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가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오면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학생에게 국민신문고 글을 내리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학생 체벌 자체는 잘못됐지만 학생들도 원만하게 일을 처리하기 전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당국에 신고하는 행위는 교권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속초고 교장은 "학교 선생님들의 교권이 많이 실추됐다. 학생들이 사건을 일파만파 흘리고 국민신문고에 올리면 많이 힘들다. 학교에서 들어줄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조그만 일들까지 국민신문고에 알리는 경우가 있어 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도 "체벌은 당연히 안 되지만 교육활동을 저해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학교는 학교생활 규정에 따라 충분히 운영할 수 있다.
교권도 침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교육활동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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