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빌다니"…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발언 '파장'
2022.11.16 11:45
수정 : 2022.11.16 13:46기사원문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탄 전용기의 추락을 기원하는 게시물을 SNS에 올려 물의를 빚은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관련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해당 신부가 사목하는 한 병원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이면서 2017년부터 A병원에서 사목(司牧)을 전담해 온 박 신부의 부적절한 언행이 전국적 이슈로 부각되자 “어떻게 그런 신부를 원목실에 근무하도록 내버려뒀나. 당장 내쫓아라”는 등 다수의 항의 전화가 병원에 빗발쳤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A병원 앞에서 박 신부 규탄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는 “보수·진보를 떠나 병원이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며 박 신부 사태를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그는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곳이 병원인데 누군가를 향해 죽음을 염원하는 듯한 언행을 하는 것, 특히 입원 환자들과 가족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하는 종교인이 그랬다는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옳지 않은 행동”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윤 대통령 관련 게시물에 앞서 이태원 참사 여파로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경찰분들! 윤석열과 국짐당이 여러분의 동료를 죽인 것입니다. 여러분들에게는 무기고가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SNS에 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모 의료단체 임원인 B씨는 지난 15일 박 신부에게 내란선동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며 대전의 한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B씨는 “치안을 유지하는 경찰에게 무기고를 털어 내란을 일으키라고 선동하고, 대통령 전용기가 폭파돼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것을 염원하는 박 신부의 언행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모 보수단체도 내란선동죄로 서울경찰청에 박 신부를 고발했다. 해당 단체는 “우리 사회를 통합시키는 역할을 해야 할 성직자가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 혼란과 내란을 부추기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천주교 대전교구가 박 신부에 대해 ‘성무 집행정지’(정직) 처분을 내리고 반성의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을 놓고도 “사제직을 박탈해야 하는데 징계가 너무 가볍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천주교 신자 C씨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가 윤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하는 글을 SNS에 게재한 김규돈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하는 중징계를 내린 것을 언급하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고작 정직이 뭔가, 사제에겐 엄격한 도덕성과 윤리성이 요구된다. 왜 면죄부를 주나”라며 대전교구 결정을 질타했다.
하지만 이번 징계가 과하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탈핵천주교연대 소속 박홍표 신부는 “박주환 신부는 평소 정의감에 넘치고 용기 있게 바른 말을 해왔다. 숙청을 당한 듯한 박 신부의 가슴이 얼마나 아플까. 교회가 그를 내팽개치고 자신들의 안일에만 신경쓰다니…”라고 두둔하는 글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그는 “사제는 신(神)의 얘기만 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면 안 되나”라고 반문하고 “이 나라의 모든 게 망가져 있다. 대전교구가 그를 지켜줘야 한다”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