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방한에 제2중동붐' 韓·사우디 수십조 초대형 프로젝트 맞손
2022.11.17 09:17
수정 : 2022.11.17 15:1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사우디가 최대 수십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스마트시티·고속철도·수소 플랜트 및 수소 기관차·정밀화학·농업·제약 등 양국간 협력 분야가 전 산업을 아우른다.
각 협약의 예정된 사업비만 조(兆) 단위에 달해 모두 합하면 최대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사우디 투자부와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투자부 장관을 비롯한 두 나라 정부와 경제계 인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 포럼'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 한국의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가운데 6건은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17건은 공기업이 포함된 한국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3건은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졌다.
특히 울산 2단계 석유화학 사업(샤힌 프로젝트)을 추진하는 에쓰오일이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등 국내 건설사 3곳과 체결한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은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에쓰오일의 대주주인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의 대주주다. 샤힌(아랍어로 매라는 뜻) 프로젝트는 70억달러(약 9조3000억원)를 투입해 울산에 스팀크래커(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 생산 설비)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왕세자 방한에 맞춰 투자를 공식화했다. 올레핀은 플라스틱·합성섬유 등의 소재이며, 다운스트림은 기초유분을 분해하는 공정이다.
이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단일 외국인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샤힌 프로젝트는 석유산업의 저탄소·고부가가치화를 선도하는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사우디의 역점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에도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발표한 초대형 신도시 사업이자 국가 장기 프로젝트(사우디 비전 2030)이다. 사업비 5000억달러(약 640조원)를 들여 사우디 반도와 이집트 사이 아카바만 동쪽에 건설하는 첨단 미래 신도시다.
차세대 에너지 분야 협력에도 손을 맞잡았다. 한국전력·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포스코·삼성물산은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예정 사업비가 65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 MOU를 체결했다.
이와는 별도로 삼성물산은 PIF와 네옴시티에 철강 모듈러 방식으로 임직원 숙소 1만가구를 짓는 '네옴 베타 커뮤니티' 프로젝트 관련 MOU를, 한전의 경우 사우디 민간발전업체 ACWA파워와 그린 수소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협력 약정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사우디 철도청에서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네옴 철도 건설에 협력한다. 사우디 고속철 사업을 수주할 경우 한국 고속철의 첫 수출 사례가 된다.
이 밖에 화학(롯데정밀화학), 합성유(DL케미칼), 제약(제엘라파), 게임(시프트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의 MOU가 체결됐다.
열병합(한전), 가스·석유화학(대우건설), 가스절연개폐장치(효성중공업) 등의 에너지 분야와 주조·단조 공장건설(두산에너빌리티), 산업용 피팅밸브(비엠티), 전기컴프레서(터보윈) 등의 제조 분야에서도 사우디와 협력하기로 했다.
백신·혈청기술(유바이오로직스), 프로바이오틱스(비피도) 등의 바이오 분야와 스마트팜(코오롱글로벌), 엔지니어링서비스(동명엔지니어링), 재활용플랜트(메센아이피씨), 투자 협력(한국벤처투자) 등의 농업·서비스·투자 분야도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 장관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양국이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그동안 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쌓아온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현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며 "(투자 포럼이)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를 전방위로 확대 발전시킨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