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명단' 거부 종교단체…대법 "역학조사 범위 따져야" 파기환송
2022.11.17 12:42
수정 : 2022.11.17 12: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 확산 당시 방역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종교시설 BTJ열방센터 관계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된 '역학조사'의 경우 그 범위가 엄격하게 정해져야 하는 만큼, 당시 방역당국 요구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17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BTJ 열방센터 관계자 A씨 등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1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한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수련센터인 BTJ(Back to Jerusalem) 열방(列邦) 센터는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이어지던 2020년 11월 27일부터 이틀간 '글로벌리더십 역량 개발 행사'를 열었는데, 참석자 중 한 명이 며칠 뒤인 12월 3일 대구 수성구보건소에서 코로나19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상주시 역학조사 담당자는 같은 날 센터 관리자인 A씨에게 행사 기간에 시설에 출입한 이들의 명단과 시설에 근무하는 이들의 명단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나, 센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음날인 12월 4일과 12월 16일에도 명단 제출 요구를 담은 공문이 전달됐지만, 센터는 역학조사를 거부하다 뒤늦게 명단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대전 등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해 조기 방역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 등을 인정해 각 징역 1년 및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7호에 규정된 역학조사란 '감염병 환자 등이 발생한 경우 감염병의 차단과 확산 방지 등을 위해 환자 발생 규모를 파악하고 감염원을 추적하는 등의 활동과 감염병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 발생, 발병원인 규명 활동'를 말한다.
즉, 역학조사 거부죄가 성립하려면 이같은 '역학조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상주시의 명단 제출 요구가 역학조사의 주체, 시기, 내용, 방법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유죄 선고를 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원심은 감염병예방법 제18조 제3항에서 정한 '역학조사'의 의미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역학조사의 범위가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의 요건을 충족하는 '적법한' 역학조사를 의미하고, 이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2021년 8월 신도 명단 제출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이만희 총회장 상고심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대법원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자료제출 요구를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에 따른 '역학조사'로 볼 수 없다"며 이 총회장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