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금난 공포'… 9% 금리에도 회사채 찍는다
2022.11.17 18:13
수정 : 2022.11.17 19:03기사원문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고금리에 회사채 조달을 강행하고 있다. 향후 고금리를 제시하더라도 투자하려는 기관 수요조차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다. 벤처캐피털(VC)도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회사채 발행 시장에 나왔다.
■자금난 기업 고금리 회사채 조달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M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6일 1년 만기 사모채 110억원을 연 9.0% 금리에 발행했다. 약 1년 전인 11월 29일 IMM인베스트먼트가 발행한 2년 만기 사모채 금리가 연 4.5%였던 것을 고려하면 조달금리는 2배 오른 상황이다.
두산퓨얼셀도 지난 10월 28일 150억원어치 사모채 발행에 이어 16~17일 총 150억원어치 사모채를 추가 조달했다. 표면이율이 2년물은 연 8.5%, 3년물은 연 9.2%에서 결정됐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녹색채권 2년물을 연 3.81%에 발행한 바 있다. 부산롯데호텔은 17일 200억원 규모 1년물 사모채를 연 8.5%에 찍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 15일 500억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연 7.1%대에 발행했다. 만기가 2024년 11월 15일까지인 2년물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같은 조건의 사모채(300억원)를 연 7.050%에 발행했다. 삼성중공업의 2~3년물 사모채 금리는 최근 몇 년간 연 3~4% 수준이었다.
국내 기업들의 조달금리는 글로벌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덩달아 치솟고 있다. 지난 10월 강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과도할 정도로 오버슈팅된 상황이다. 통상 금리가 과도하게 뛴 상황에서 기업들은 '금리 눈치보기'를 하며 발행을 보류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기업은 선제적 조달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SK, 이달 말 2900억 공모채 발행
공모채 시장도 10월 사실상 폐장 분위기였다. 그러나 뒤늦게 SK와 하이투자증권, DGB금융지주가 공모채 발행 채비에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오는 29일께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지급보증으로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수요예측이 흥행할 경우 목표치(1500억원)의 두 배까지도 증액할 계획이다. DGB금융지주가 보증한 만큼 하이투자증권이 이번에 발행하는 회사채 신용등급은 최고 우량등급인 AAA 수준이다. 또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등 계열 지원을 위해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영구채 발행 채비로도 분주하다.
신용등급 AA+로 우량채에 속하는 SK도 이달 말께 공모채 시장을 두드린다. 약 2900억원 규모 목표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다음달 8일 발행할 예정이다.
최근 크레디트 시장의 경색을 방증하듯 기업들은 높은 금리를 얹어서라도 회사채 발행을 강행하고 있다. 향후 경기침체 가능성이 자본시장 경색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돌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디트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16일 165.3bp(1bp=0.01%p)를 기록하며 연중 최대치를 연일 경신했다. 종전 2009년 4월 24일(171.0.0bp) 이후 최고치이기도 하다.
크레디트스프레드의 확대는 통상 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이 종전보다 위축됐음을 뜻한다. 신용경색이 계속되고 시장의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증권가에선 안정세를 찾아갈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촉발된 신용경색 현상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번진 성격이 강하다"면서 "단기 오버슈팅이 강했던 만큼 진정세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일정 부분의 되돌림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