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예산 3000억 깎고, 이재명 예산 3조 늘린 민주당..與 "대선불복"
2022.11.18 07:52
수정 : 2022.11.18 07: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여야는 17일 국회 행전안전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예산을 10% 깎고,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됐던 지역화폐 예산은 50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예산이고, 지역사랑상품권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전 상임위에서 추진 중인 '윤석열 예산 삭감, 이재명 예산 증액'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삭감한 정부 예산은 1000억여원, 증액 추진 예산은 3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당에서는 "사실상 대선 불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예산 칼질을 통한 대선 불복이 도를 넘고 있다"며 "민주당이 잃어버린 5년에 대해 조금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은 채 새 정부의 국정 운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안위에서는 경찰국 예산이 당초 책정된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 중 기본 경비 2100만원(10%)이 삭감된 5억8200만원에 의결됐다.
민주당이 지난 9일 예산소위에서 전액 삭감안을 일방 통과시켰지만, 여야 합의로 일부 예산이 되살아났다. 이날 예산 심사에서는 민주당의 보복성 예산 편성도 관철됐다. 행안위에서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업무추진비를 2000만원 감액했다. 환경노동위에서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언행을 문제 삼아 예산소위에서 경사노위 운영비·인건비 20여 억원을 삭감했다가 전체회의에서 1억1000만원 삭감으로 조정했다. 모두 민주당과 부딪쳤거나 사퇴 압박을 받는 인사 관련 예산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11일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 59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는 윤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관련 예산에서 13억5000만원을 삭감했다. 기획재정위에서 전액 삭감이 추진되고 있는 영빈관 신축 예산(497억원)을 더하면 윤석열 정부 주요 사업 예산 삭감액은 1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은 대신 사업당 수천억 규모의 '이재명표 예산'은 늘리고 있다. 행안위에서는 정부 예산안에 없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5000억원 증액이 확정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확대를 공약한 예산이다. 민주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10대 증액 사업' 관련 예산 5조4946억원 증액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위 예산소위에서는 다가구주택 매입임대·전세임대·행복주택·국민임대·영구임대 등 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1조원 이상 일방적으로 늘려놨고, 여가위에서는 다문화 가족 지원 센터 운영 예산(92억9100만원) 증액을 관철시켰다.
이처럼 다수 야당의 독주로 예산안이 일방적으로 수정되는 경우는 이전에 없던 일이다.
주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나 정부 주요 과제와 관련된 예산 중 무려 1000억원이 넘게 감액되거나 감액 대상에 포함된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공약 관련 예산은 3조4000억원가량 증액됐고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뜻에 따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 정부가 일어설 수 있게 해야 하는데, 더 이상 몽니 부리지 말고 대한민국 성공을 위해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 예산 대폭 증액과 혈세 낭비성 예산 삭감, 초부자 감세 저지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