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4회 교통사고...2억 5천만원 보험금 편취
2022.11.20 15:07
수정 : 2022.11.20 15: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A씨는 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을 유심히 살폈다. 목표를 정하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 차량에 스크래치만 날 정도의 경미한 사고였다.
2014년부터 시작된 보험사기는 2020년까지 지속됐다. A씨는 5년 9개월 동안 54회의 교통사고를 일으켰고 2억 5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KB손해보험 특별조사팀(SIU)은 너무 잦은 교통사고를 의심했다. 기초조사를 실시했고 2020년 7월 금융감독원 보험사기대응단에 인지 보고를 했다. 이후 업계 공동으로 관할 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다.
A씨는 재판에서 잘못된 운전습관과 반복된 부주의로 교통사고가 났을 뿐 고의로 유발하거나 피해를 과장해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평균적으로 한 달 반에 한 번 정도의 높은 빈도로 교통사고가 발행하는 것은 사회적 통념에 비춰 지나치게 이례적이라고 봤다. 또 대구 수성구 만촌네거리, 대구 수성구 대흥동 월드컵경기장 삼거리, 대구 동구 동대구역 네거리 등 특정 장소에서 여러 번 사고가 발생한 것도 고의적이라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유형도 크게 세 가지로 거의 동일했다.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면서 차선을 침범한 상대방 차량과 접촉하거나 직진 차로에서 차선을 변경하는 상대방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다. 또 중앙선을 침범해 자신의 차량을 추월하려는 상대방 차량과 접촉하는 유형이 반복됐다. 주로 상대 차량이 교통 법규를 위반한 과실을 이용해 사고를 일으킨 후 상대방에게 합의금을 요구할 만한 상황을 의도한 것이다. 특히 자신이 달리고 있는 차로에 다른 차량이 침범했을 때 반응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는 경우에도 일반적인 운전자가 보이는 상향등이나 긴급제동을 하지 않았다.
또 54회의 교통사고 중 12번의 사고에서는 '운전 중 캔, 병, 텀블러 등을 마시다가 교통사고가 발생해 치아가 파손됐다'는 주장을 했으나 실제 병원을 방문한 횟수는 5번에 불과하고 그중 치료를 받은 횟수는 2번에 불과했다. A씨는 보험회사 직원들이 치아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보상을 해주지 않거나 원하는 과실 비율대로 해주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겠다는 등의 언급으로 합의를 종용키도 했다.
재판부는 "범행 경위 및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은 점, A씨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사고 전부가 우연한 사고라고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상당한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2년 징역을 선고 받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