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노스 창업자 홈스, 11년형 선고...내년 4월 수감
2022.11.20 05:13
수정 : 2022.11.20 05:13기사원문
피 한 방울이면 질병을 알아낼 수 있다는 모토를 내걸고 투자자들을 대거 끌어들여 사기 혐의로 기소된 생명공학 기업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18일(이하 현지시간) 11년형을 선고받았다.
미국 연방법원은 이날 홈스의 사기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35개월을 선고했다. 항소하지 않으면 내년 4월 27일부터 11년 3개월의 교도소 생활이 시작된다.
혁신적인 혈액 검사법으로 한 때 실리콘밸리의 떠 오르는 샛별이었던 홈스는 투자자들을 오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락했다.
앞서 배심원들은 지난 1월 투자자들에게 테라노스의 기술을 과장하고 회계조작, 기업전망을 부풀렸다는 검찰측 혐의 내용에 대해 모두 유죄를 평결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홈스의 선고 형량은 화이트컬러 범죄자들 선고 형량의 중위값 수준이라고 전했다.
엄청난 규모의 폰지사기를 저지른 버나드(버니) 메이도프는 150년형을 선고받았고, 월드컴 최고경영자(CEO)였던 버나드 에버스는 25년형을 받은 바 있다.
회계조작의 대명사 격이 된 미 에너지 기업 엔론 사장 제프리 스킬링은 14년형이 선고됐다.
임클론시스템스 회장겸 CEO 새뮤얼 왁설은 7년 3개월, 주방기구 등으로 유명한 여성 기업가 마사 스튜어트는 5개월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연방 검찰은 홈스에게 징역 15년과 출소 뒤 3년간 보호관찰, 그리고 8억400만달러 배상을 선고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올해 38세의 홈스는 재판에서 모든 잘못을 후회하고 있다면서 자신이 다른 결정을 했을 수도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날려버렸다고 후회했다.
재판부는 홈스가 악의적으로 테라노스 사기를 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일부 인정했다. 자신의 사적 이익과 남성이 지배하는 산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위해 이같은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에드워드 데빌라 판사는 "이번 사건의 비극은 홈스가 영리했다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데빌라 판사는 홈스 구명에 나선 이들의 탄원서를 형량에 참고했다면서 벤처 캐피털리스트, 기업가들이 홈스의 테라노스처럼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켜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데빌라 판사는 "그들 역시 사기에 따른 실패는 지지하지 않았다"면서 "탄원서 작성자들도 (홈스의) 거짓 정보제공, 조작은 용납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홈스의 테라노스 혈액 검사법에 대한 의문은 2015년부터 WSJ 등을 통해 제기되기 시작했고 이후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다.
홈스는 2003년 혈액검사법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며 테라노스의 전신인 리얼타임큐어스라는 업체를 창업해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끌었다. 손 끝에서 소량의 혈액을 채취한 뒤 혈액검사를 할 수 있다며 자사 기술을 홍보했다.
그는 '보건 민주화'를 모토로 내걸었다.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를 다니던 홈스는 자신이 바늘 공포증이 있어 소량의 혈액으로도 혈액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스탠퍼드대 의대 필리스 가드너 교수로부터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고, 다른 의대 교수들도 같은 의견을 냈지만 결국 공대학장 채닝 로버트슨의 지지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홈스는 리얼타임큐어스라는 회사명도 설립해인 2003년에 테라노스로 바꿨다.
2015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테라노스 기업가치 90억달러를 토대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홈스의 사기혐의가 제기되기 시작하면서 이듬해 포브스 추산에서 홈스의 순자산은 '제로'로 추락했고, 포브스는 그 해 홈스를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지도자 19인"의 한 명으로 꼽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