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담보대출, 임의 관리비 인상...내년 1월부터 '임대인 편법·갑질 관행' 차단된다
2022.11.21 16:26
수정 : 2022.11.21 16: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내년 1월부터 임대인이 세금 체납 정보를 숨기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거나 임차인의 동의 없이 관리비를 올리는 등 임대차계약시 빚어지는 임대인의 갑질 관행이 근절된다. 임차인이 계약 후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임대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등의 사례도 차단된다. 법무부는 21일 국토교통부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방지 대책의 후속조치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2023년 1월 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했다고 밝혔다.
■전월세 계약하며 '선순위 임차인 확인권' 시행
우선 세입자는 전월세 계약할 때 자신이 선순위 임차인인지 확인하기 수월해졌다. 현행법상 임차인이 되려는 사람은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를 요청할 수 있지만, 임대인이 거부하면 확인할 수 없었다. 이때문에 자신이 세 들어 사는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자신이 보증금을 얼마나 건질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이 보증금 선순위인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정보제공에 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문언에 밝히고, 임대인도 의무적으로 동의하도록 했다.
집주인 체납정보도 계약체결 전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임대인이 계약 전 체납한 세금이 있는 경우 국가의 조세채권이 임차인의 보증금반환채권보다 우선하게 돼 보증금을 모두 못 돌려받는 사례가 많았다. 1월부터는 세입자가 계약 전 임대인의 다른 체납액이 없음을 증명하는 납세증명서를 보여달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인이 이를 제시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임차인이 직접 체납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동의함으로써 제시의무를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임대인이 납세증명서의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사실상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진지한 의사가 없으면서 개인정보를 알기 위해 남용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소액임차인의 범위 및 최우선변제금을 상향 조정했다. 서울시의 경우 소액임차인 범위를 기존 1억5000만원 이하에서 1억6500만원으로, 최우선변제금은 5000만원 이하에서 5500만원 이하로 변경된다.
■'몰래 담보대출', '관리비 갑질' 차단한다
집주인이 세입자 전입신고 직전에 담보대출을 받거나 근거 없이 관리비를 올려받는 갑질 관행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계약체결 후 입주 전 임대인의 담보권 설정금지 특약을 신설했다.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이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임대인이 계약 직후부터 전입신고를 하는 날까지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려 저당권을 설정해주는 일이 있었다.
법무부는 개정된 표준계약서에 특약을 추가했다. 특약에는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기로 한 다음 날까지 저당권 등 담보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조항과 이를 위반할 시 임차인에게 계약 해제·해지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표준계약서엔 관리비 기재란도 추가돼 정확한 합의를 통해 관리비를 산정하도록 했다. 세입자가 전세금 인상을 거부하자 집주인이 관리비를 올려받는 등 이른바 '전세 갑질'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지난해 3월 제출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을 통해 선순위 임차인 정보 및 임대인의 체납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돼 전세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및 관련 법제 정비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