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다시 품에 안은 딸 "fn기사 덕분에 찾았습니다"

      2022.11.21 18:08   수정 : 2022.11.21 18:08기사원문
"기사 덕분에 5년만에 우리 딸을 찾았습니다."

지난 2018년 홀연히 아버지를 떠난 나영이(가명)는 5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본지 보도(2022년 9월 13일자 24면 참고) 이후 한 달여만에 일어난 일이다.

아버지는 "기사가 나간 이후 방송국에서도 찾아오는 등 딸을 찾기 위한 도움이 이어졌다"며 "지난 10월 초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연락이 와서 딸을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가족의 생이별은 2018년 11월 12일 경남 인근의 나영이 집에서 벌어졌다.
그날 아버지는 쉬는 날이었고 아침에 외출했다가 점심 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풍성하게 열린 모습이 눈에 들어와 가족 모두와 감도 따고 사진도 찍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처가 식구들이 집으로 찾아온 이후였다. 아내가 큰돈을 빌리고는 지금까지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다그쳐 물었으나 횡설수설하기만 해 앞뒤 사정을 알 수가 없었다.

이후 아내는 막내 딸을 데리고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나영이를 보지 못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딸 생각에 술도 많이 마셨다"고 토로했다.

딸은 아버지와 떨어져 있는 동안 초등학교를 가지 못했다. 나영이의 현재 나이 10살, 초등학교 3학년에 다녀야 하는 나이다. 아버지는 딸이 돌아오자마자 교육 당국과 관련 지자체를 돌아다니며 도움을 호소했다. 비록 딸이 초등학교를 입학하지 못했지만 동년배들과 같은 나이에 학교를 다니도록 말이다.

교육청은 아버지의 호소에 도움을 줬다. 나영이는 최근부터 동년배들과 같은 학년에 학교를 다니고 있다. 부족한 진도는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방과후 수업 등으로 보충하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이의 의지로 학교를 다니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딸이 나중에 커서 늦은 진학으로 상처를 받을까봐 걱정했다. 학교 관계자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나영이 적응을 도왔다"고 말했다.

가족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나영이가 없는 집은 썰렁했다. 아버지는 무뚝뚝했고 첫째 딸은 수능 공부에 전념했다. 거실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나영이가 돌아온 이후 집안은 온기를 찾고 있다. 수능을 무사히 마친 첫째 딸은 나영이의 부족한 공부량을 채워준다고 나섰다. 아버지는 두 딸과 같이 얼굴을 맞대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저녁마다 못 나눈 대화를 하느라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나영이에게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반가우면서도 어색했다. 시간이 갈 수록 가족들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친척들과는 아직까지 부끄러움을 탄다는 게 아버지의 전언이다.


아버지는 "나영이가 돌아온 이후 시간이 나면 친척들과 식사를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친척들을 가끔 보고 있어 나영이가 어색해하지만 점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나영이가 우리 품으로 돌아온 이후 늘 답답했던 마음이 사라졌다"며 "가족이 더 생기니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술 마실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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