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대로면 92년생" 30년 된 냉동 배아에서 쌍둥이 탄생
2022.11.23 07:41
수정 : 2022.11.23 07:41기사원문
21일(현지시간) CNN,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31일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사는 레이철, 필립 리지웨이 부부 사이에서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머시가 태어났다.
부부는 익명의 기부자가 기증한 배아를 통해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쌍둥이의 배아는 지난 1992년 4월 22일에 냉동됐으며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의 배아 중 가장 오랫동안 냉동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쌍둥이의 아빠인 필립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냉동된 배아를 얻으려 한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우리는 가장 오랫동안 기다려온 배아를 원했다"고 밝혔다.
리지웨이 부부는 아이를 원하는 커플들에게 기증된 배아 세포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국립배아기증센터(NEDC)에서 가장 오래된 배아를 선택했다.
임신에 앞서 배아를 고르기 위해 기증자의 신체, 유전 조건, 교육 수준, 직업, 영화나 음악과 같은 문화적 취향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리지웨이 부부는 기증자의 번호가 앞자리일수록 더 오래전에 배아를 기증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순서상 앞번호에 위치한 기증자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부부는 영하 200℃에 가까운 액체 질소 든 작은 빨대 위 장치에서 30년간 보관된 배아를 골랐다.
부부에게는 이미 8살, 6살, 3살, 생후 24개월이 다 돼가는 아이 등 4명의 자녀가 있다.
필립은 "엄청 놀랍다. 신이 리디아와 티모시를 만들었을 때 난 겨우 5살이었던 것"이라며 "(이번에 태어난) 쌍둥이는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아이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큰 아이"라고 말했다.
리지웨이 부부는 더 많은 아이들을 가져야 할 거 같은 사명감이 들었다며 그 김에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어려움에 처한 아이들'은 오랫동안 냉동돼 있던 배아 세포를 말한다.
필립은 "우리가 갇혀 있는 생명을 구해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전했다.
부부는 이 배아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부모들이 와서 데려가길 기다렸는가를 기준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레이첼은 "우리는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거나 가장 원하지 않는 배아를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쌍둥이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기증받은 난자로 배아를 만들어 1992년 4월 22일에 냉동시켰지만, 배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체외수정 방식으로 임신을 준비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배아를 생산한다.
여분의 배아는 미래의 자녀 계획을 위해 냉동 보관되거나 과학 연구 혹은 이번 리지웨이 부부의 사례처럼 임신을 계획하는 다른 부부를 위해 기증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생식의학 협회(ASRM) 회장 마이클 A. 토마스는 "배아는 무기한으로 냉동할 수 있다"며 "사람들에게 농담으로 그들의 배아를 증손주의 손주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만큼 배아는 오랫동안 냉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생식의학회 윤리위원장인 시걸 클립스타인 박사는 기증된 배아는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