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제정 당장 어렵다면, 단계별 보완책부터"

      2022.11.23 18:07   수정 : 2022.11.23 18:07기사원문
"가상자산 관련법 제정이 아직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계 기준 또는 지침 제정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불완전한 형태라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와 한국공인회계사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주최한 제14회 국제회계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토론자들은 가상자산 관련 다양한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회계 기준이나 지침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장우 업루트컴퍼니 대표는 "최소한의 회계기준이 없다면 기존(레거시)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기업들만 들어와 물의를 일으키면서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 일괄적인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을 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찮았다.

이재혁 삼일회계법인 파트너는 "현재 재무제표는 계약 당사자 간의 권리 주체에 따른 회계처리인데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상에서 알고리즘 기반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누가 계약 당사자인지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부분을 기존 회계체제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개념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공통된 기준을 만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주성호 한국회계기준원 수석연구원 역시 가상자산 관련 법적 기준이 미비한 상태에서 회계감사에 대한 해석서와 지침서를 마련하긴 어렵다고 짚었다. 그는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 차원에서는 가상자산 회계감사에 대한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지침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상자산 보유 목적에 따라 회계기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금융자산 기준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주 연구원은 "청구권이 있는 가상자산이라도 금융자산 기준에 부합하면 그 기준에 따르면 되는 등 기준의 미비보다는 판단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회계기준을 단번에 세우기 어렵다면 단계별로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박경진 명지대 교수는 "가상자산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모든 가상자산을 포괄할 수 있는 회계시스템을 만드는 건 굉장히 어렵다"면서 "단계별로 지침을 세워 가장 중요한 가상자산을 재무제표에 포함시키고, 정보 이용자가 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당장 포괄적 회계기준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공시 확대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 파트너는 "재무제표 공시와 관련해 재무제표 이해 당사자와 토큰 투자자 간에 이해 개념이 다를 수는 있다"면서 "그렇지만 기업이 그 범위를 주석에 담는 등 자발적으로 공시를 하도록 유도하고, 당국도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역시 "현재 발행자와 보유자의 공시 내용이 상이하다"며 "투자자와 정보 이용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한테 정보를 최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투자자를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감독당국은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 제정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공시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경률 금융감독원 국제회계기준팀장은 "(가상자산의) 회계처리 기준 제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가상자산 관련 정보가 감사인의 감사를 거쳐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주석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경아 강구귀 차장 서혜진 김현정 최두선 한영준 김태일 이주미 김동찬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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