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생활고 일가족’ 비극… 10대 형제 숨지고 부모 뇌사
2022.11.28 07:12
수정 : 2022.11.28 13: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인천의 한 빌라에서 10대 형제 2명이 숨지고 40대 부모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발견됐다.
28일 인천 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11시 41분경 인천 서구의 한 빌라에서 일가족 4명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고등학생인 A군의 담임교사가 당일 현장 실습에 A군이 나오지 않고 연락도 받지 않자 집으로 방문했다가 112에 신고했다.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소방당국이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일가족을 발견했다. A군과 두 살 아래인 동생은 숨진 상태였고, 40대 B씨 부부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집 안에선 ‘장례식을 치르지 말고 화장을 해 바다에 뿌려 달라’는 내용의 유서와 수면제가 발견됐다. 경찰은 유서를 A군의 어머니가 썼으며, B씨 부부가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락이 닿은 친척은 경찰에 “B씨 부부가 둘 다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부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살고 있던 빌라는 A군 어머니 명의로 돼 있었는데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경기 김포시의 대부업체에서 올 5월 총 3500만원의 근저당권과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위기가정’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구는 3개월 이상 전기요금 연체 등 34종의 위기 정보를 바탕으로 위기가정을 발굴해 관리한다. 2014년 생활고로 숨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생긴 제도인데 A군 가족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특성화고에 다니는 A군은 취업을 위해 현장 실습을 나가고 있었고 동생은 지난해 중학교를 졸업했지만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가족은 평소 이웃과도 교류가 많지 않았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 군 형제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하고 친척과 지인 진술 등을 바탕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