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022.11.29 09:25   수정 : 2022.11.29 10: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2/ 이민진/ 인플루엔셜

재일조선인 가족의 4대에 걸친 이야기를 담은 ‘파친코’를 통해 해방 전후 우리 민족의 삶을 재조명한 이민진 작가. 그의 첫 소설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미국 이민 2세대 젊은이들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다룬 자전적인 요소가 녹아 있는 소설이다.

한국 전쟁을 겪은 미국 이민 1세대는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과 성실함으로 미국 사회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한다. 케이시의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그들은 자신들이 젊음을 바쳐 일하며 포기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을 자식 세대에서 풀고자 최선을 다했고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재능 넘치고 잘 배운 이민자의 딸에게 미국 사회는 다시 성별과 피부색, 학벌 등의 단단한 벽을 보여준다.
부모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겪어야 하는 편견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담은 채 케이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인생의 터널을 외롭게 지나간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득권층에게 마련된 세상의 호의로도, 세상의 온갖 호의를 망설임 없이 누리는 그들의 태도로도 읽힌다. 미국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케이시와 친구들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서 일하고, 친구를 사귀고 연애를 한다.

이토록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케이시와 친구들에게 세상은 결코 친절하지만은 않다. 작은 성공을 이뤘나 싶은 순간 더욱 차가운 일면을 드러낸다. 능력을 증명해도 존중받지 못하고, 때로는 부모 세대가 겪어야 했던 차별을 고스란히 겪기도 한다.

이민진 작가는 지난 2021년 한 인터뷰에서 “2007년 출간 당시 사람들은 주인공 케이시 한을 불편해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제 시대를 만나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호기심과 재능이 넘치고, 반항적이지만 독립적인 케이시가 맞닥뜨린 당시의 미국은 2022년의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없이 기득권층을 위해서는 친절한 세상이 재능과 노력 앞에서 차갑게 등을 돌리는 모습, 성실함 하나로 승부해온, 성공 문턱에서의 좌절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들의 몰이해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해진다.


이민진 작가는 “나는 내가 아는 것을 최대한 진실되게 말함으로써, 그 결함과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고 꺼내놓음으로써 존경심을 표하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불완전하며 재능이 있기를 바랐다.
우리 모두가 그런 인간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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