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몰카 범죄 신고해 검거과정 중계하는 '유튜버'
2022.11.30 18:13
수정 : 2022.11.30 18:13기사원문
■현행범 검거 중계하는 '유튜버'
11월 3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암경찰서는 최근 마약 투약 및 소지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를 현장에서 체포, 수사 중이다. 해당 사건은 범죄자를 소탕하겠다는 취지로 영상을 제작하는 이른바 '범죄 소탕 유튜버'의 신고로 발각됐다. 해당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가 마약사범을 제보하기 위해 A씨에게 마약 투약자인 척 접근했고, 구독자의 제보를 받은 유튜버가 경찰에 신고해 A씨를 검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범죄자를 직접 붙잡은 뒤 경찰에 넘기는 이른바 '정의구현' 콘텐츠가 최근 온라인 상에서 늘고 있다. 이들은 증거 수집부터 범인 검거, 경찰 신고 뒤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 모두를 촬영해 게재한다.
이달 초에도 서울 강북경찰서는 한 범죄 유튜버의 신고를 받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위반 혐의를 받는 B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이 유튜버는 경찰과 함께 B씨 수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를 벌인 경찰은 최근 B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범죄 유튜버들은 마약뿐 아니라 불법 촬영 등 경찰의 직접 검거가 어려운 영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길거리에서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하는 등 몰래카메라 범죄자를 현장에서 붙잡아 경찰에 넘기는 유튜브 콘텐츠가 등장했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지하철, 놀이공원 등에서 움직임이 수상한 사람 등을 뒤쫓아 증거를 모은 뒤 범죄자를 잡아 경찰에 넘기는 과정 모두를 영상에 담아 올리고 있다. 범죄자들이 유튜버에게 용서를 구하거나 도주하는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나온다. 영상을 접한 구독자들은 "통쾌하다", "응원한다"는 등의 응원 댓글을 달았다.
■경찰·유튜버 등 2차 피해 우려
범죄 유튜버에 대해 일각에서는 범인 검거에 기여해 공익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2차 피해 가능성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도 사실이다.
실제 범죄 유튜버의 신고를 받았던 일선서 형사과 직원은 "범죄 행위는 경찰관의 수사를 통해 잡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검거 과정이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다 보니 부담감도 크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선서 형사과장도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간에 게시하면 검거된 범죄자들의 추후 보복 위험 등이 있어서 조심스럽고 위험한 부분"이라며 "특히 유튜브의 경우 조회수가 수입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그 내용이 자극적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어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현행법에서는 규제할 방법이 없다. 위장 잠입 등의 경우도 경찰 수사에 대해서만 일부 제한하고 있을 뿐, 시민들의 함정 수사에 대해서는 제한 규칙 등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현행 경찰의 한정된 수사 기법 등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권력이 모든 범행을 스크리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정의 구현'이라는 이름으로 범죄 검거 콘텐츠가 횡행한 것"이라며 "마약 범죄의 경우 여전히 아날로그식·대면 수사를 고수하고 있고, 수사 기법의 발전이 더딘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수사기관이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가 깔린 행동"이라며 "형사 사법 체계를 넘어서는 사적 응징과 보복이 지속될 경우 그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허용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