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한마디에 환호한 증시… 산타랠리까지는 글쎄

      2022.12.01 19:00   수정 : 2022.12.01 19:00기사원문
파월의 '금리인상 속도 조절' 발언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증시가 모처럼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상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은 만큼 과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월의 이번 발언은 최근 두 달간 반등하면서 상승 재료가 소진됐던 증시에 분명한 호재라는 평가다. 그러나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등 '인플레이션 잡기'를 강조하고 있어 달아오른 분위기가 외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승랠리가 지속되려면 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내년 초 상장사들의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들의 실적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긴축 정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연준의 신호에 시장이 흥분해서 자산 가격이 들썩이면 연준이 원하는 긴축 효과가 희석된다"며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억제하기 위해 매파 기조를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연말 장세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 심리가 호전된 점은 다행이지만 연준이 가장 경계하는 상황은 소비가 촉발돼 물가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이 같은 징후가 발견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매파적인 발언이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상승 폭도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 하방 압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김 센터장은 "경기와 기업 실적 등이 주가 상승을 지탱해 줘야 하는데 내년 초 실적과 경제 성적표는 엉망진창"이라며 "주가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연말이나 내년 초에 훈풍이 불더라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 바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주가가 오르면 낮은 실적에 비해 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가 다시 전월보다 올라가는 등 인플레이션 심화 신호만 아니라면 시장을 흔들 악재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타랠리보다는 박스권 장세에 대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가는 업종별 대응을 조언했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환경에서도 이익이 나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식품, 국방, 저가할인매장 등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반등에도 시장에 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 않고, 수익성에서 선방하고 있는 업종이 연말 변동성에서 피난처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필수소비재와 은행, 미디어 업종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이날 주식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30% 오른 2479.8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2501.43에 개장하면서 장중 석 달 만에 2500선을 넘었다. 기관(2251억원)과 외국인(329억원)이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
연준이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끝내고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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